다이애나비, 케이트 모스, 알렉사 청 등 유명인들이 즐겨 신던 '자유로움의 상징' 헌터 부츠가 170년 만에 문을 닫았다. 브렉시트로 인한 공급망 문제와 이상 기온으로 인해 매출이 크게 줄며 부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헌터는 현재 영국식 파산인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다.
레인 부츠의 대명사 헌터는 지난 1856년 오픈 이후 170년 가까이 대중들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했다. 헌터는 영국 왕실에 부츠를 납품했고, 고(故) 다이애나비 등 왕실 가족들을 비롯해 유명 팝스타, 일반인들도 애용해 ‘영국의 아이콘’이라고 불렸다. 지난해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헌터 부츠에 ‘영국 왕실 보증서(Royal Warrant)’를 부여했다.
헌터 부츠의 대표 상품은 웰링턴 모델로 약 175달러(한화 22만원)에 판매된다. 이 부츠는 영국 왕실과 팝 스타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크리스탈, 제니, 현아, 차정원씨 등 유명 연예인들이 헌터 부츠를 신고 등장해 입소문을 탔다. 뮤직 페스티벌에서도 진흙 투성이의 헌터 레인부츠가 기능과 패션 등으로 각광을 받으며 ‘페스티벌 대표 룩’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한 때 연간 약 1억1400만파운드(약 1890억원)의 수익을 기록하던 헌터 부츠는 지난 2019년부터 심각한 적자에 직면했다.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며 브렉시트로 인한 공급망에 차질이 생긴 데다가 지난해 이상 기온으로 매일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며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이후 헌터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가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평소보다 따뜻하고 건조한 겨울 날씨가 이어지며 북미 시장 매출이 15%가 줄었다.
아울러 팬데믹으로 인해 공장 운영이 어려워지고 운송 비용이 늘어나며 지난해 기준 부채 규모는 약 1억1500만파운드(1900억원)까지 늘었다. 또 비슷한 제품을 내놓는 경쟁 기업이 등장하며 재정난은 심화됐다.
헌터 부츠가 파산했지만,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공식 수입업체인 포랩을 통해 유통·판매되고 있는 데다가 헌터가 파산해도 브랜드의 지적재산권은 미국 어센틱 브랜즈 그룹(ABG)에 매각돼 생산이 계속될 예정이다. ABG는 스포츠 브랜드 리복과 빌라봉 등을 인수해 운영 중이다.
현재 국내 헌터부츠는 서울 한남동에 플래그십스토어 1곳과 더현대서울, 롯데백화점 잠실점, 신세계(004170)백화점 강남점 등 주요 백화점과 신세계 사이먼 첼시제주점 등 아울렛 2곳 등 10여 곳에서 판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도 국내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사이즈 별 품절 상품이 많은 데다가 응모를 통해 구매가 가능하다”며 “장기간 장마가 예정돼 있는 등 올 여름 비가 많이 올 것으로 예측되며 헌터 부츠의 인기는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