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시행된 중국의 고강도 반(反)간첩법(방첩법)으로 현지에서 활동하는 외국 기업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한미일 당국이 자국 국민에게 경계령을 내린 가운데 이 법으로 중국 시장의 신뢰도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일(현지 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형법상 간첩죄(경미한 경우 징역 3~10년, 엄중한 사안은 무기징역·사형도 가능), 국가기밀누설죄(경미한 경우 5년 이하 징역, 최대 무기징역 가능)의 하위법 개념인 방첩법이 이날 발효됐다. 간첩 행위는 세부적으로 ‘국가안보와 이익에 관한 문건·데이터 등에 대한 정탐·취득·매수·불법 제공’으로 명시됐다. 국가안보와 이익에 관련된 것이라면 통계 자료 검색 및 저장만으로도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안보’와 ‘국익’이라는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이에 중국과 껄끄러운 관계인 한미일 등은 교민들에게 경계령을 내리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달 26일 주중 한국대사관은 “중국 국가안보 및 이익과 관련된 자료, 지도, 사진, 통계 자료 등을 인터넷에서 검색하거나 스마트폰·노트북 등 전자기기에 저장하는 행위, 군사 시설과 주요 국가기관, 방산 업체 등 보안 통제 구역 인접 지역에서의 촬영 행위, 시위 현장 방문과 시위대 직접 촬영 행위, 중국인에 대한 포교, 야외 선교 등 중국 정부에서 금지하는 종교 활동 등에 유의하라”고 공지했다. 주베이징한인회 측도 “교민들 사이에서 조심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며 “교민들에게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방첩법이 중국 내 외국 기업들을 불안하게 한다”며 “특히 미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압수 수색과 사찰 등이 잇따르는 가운데 개정 방첩법이 시행됐다”고 짚었다. 미국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방첩안보센터(NCSC)는 지난달 23일 “방첩법의 스파이 행위 구성 요건이 모호하고 기업 자료에 대한 당국의 접근과 통제가 이전보다 용이해 기업들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도 범죄 행위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이 방첩법을 근거로 미국 기업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 기업 활동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올 들어 미국의 기업 실사 회사 민츠그룹과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를 조사했다.
간첩 혐의로 자국민이 중국 당국에 체포된 전례가 적지 않은 일본도 긴장하고 있다. 혼마 데쓰로 주중 일본상공회의소 회장도 지난달 “방첩법 시행이 기업 활동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필요에 따라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도통신은 중국에서 외국인이 간첩 용의자가 되면 소속 국가 정부가 영사 업무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크레이그 앨런 미중비즈니스협의회 회장은 영국 가디언에 “방첩법이 실제 간첩 행위와 명확하고 직접적인 관계가 없음에도 빈번하게 적용된다면 중국 시장에 대한 신뢰도는 더 낮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