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론이 결국 공모 규모를 절반 가까이 줄여 코스닥 상장을 추진한다. 기업공개(IPO) 진행 과정에서 금융당국으로부터 미래 실적 추정치가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몇 차례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받은 결과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클라우드 가상화 전문기업 틸론은 이날 정정신고서를 제출하고 IPO 절차를 재개했다. 지난달 26일 금감원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한 지 일주일 만이다. 올 IPO에 나선 기업들 중 금감원의 공식적인 증권신고서 정정요청을 두 차례 이상 받은 건 틸론이 처음이다.
틸론이 제시한 희망 공모가 범위는 1만 3000~1만 8000원으로 공모가 하단 기준 총 78억 원을 모집한다. 2월 최초 증권신고서 제출 당시 제시한 공모가 범위가 2만 5000~3만 원, 공모액(공모가 하단 기준)이 150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공모 규모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틸론은 오는 18~19일 공모가 확정을 위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한 뒤 24~25일 일반 청약을 거쳐 8월 초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상장 주관사는 키움증권(039490)이다.
앞서 3월 초 틸론은 금감원으로부터 미래 실적 추정치가 과다하다고 지적받으며 IPO 절차를 중단했다. 이에 지난달 초 제출한 1차 정정신고서에서 추정치를 약 15~20% 줄였고, 2주 후에는 자진 정정을 통해 한 차례 더 공모 규모를 축소했다. 매출 추정액을 줄여 1주당 평가가액을 낮추고 공모가 하단에 적용되는 할인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금감원이 틸론의 미래 실적 실현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품자 틸론은 다시 한번 추정치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2023년 추정 순이익은 직전 정정 신고서 대비 약 13억 원 줄은 34억 원으로, 2024년 순이익은 약 34억 원 줄은 116억 원으로 제시했다. 그 결과 주당 평가액은 3만 811원에서 2만 3748원으로 감소했다. 공모가 하단에 적용되는 할인율이 48.07%에서 45.26%로 소폭 낮아지긴 했지만 주당 평가액 자체가 크게 줄어들며 공모 규모 축소로 이어졌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틸론의 이번 정정신고서 제출이 마지막 상장 기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2월 9일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틸론은 예심 승인 효력이 만료되는 8월 9일까지 납입 등 상장 절차를 마쳐야 한다. 틸론은 이전 상장 종목이라 증권신고서 효력발생까지 10영업일(신규 상장 기업은 15영업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지금부터 IPO 절차가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기한 내 상장이 가능하다. 만약 금감원이 틸론에 다시 한번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할 경우 예심 효력 만료 전 상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