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올해 외국인직접투자(FDI) 액수가 상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거센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과 각종 외국자본 유치 정책 등이 맞물리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반도체·2차전지·바이오 분야 투자액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3년 상반기 FDI가 신고액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증가한 170억 9000만 달러(약 22조 원)로 집계됐다고 4일 밝혔다. 기존 최고치였던 2018년 상반기 실적(157억 5000만 달러)보다 8.5% 높은 액수다.
제조업 부문의 신고금액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146% 늘어난 76억 3000만 달러(약 10조 원)를 기록한 덕이 컸다. 이 중 전기전자의 FDI 신고액은 전년 동기보다 663%나 늘었고 화공(464.1%)도 증가세가 가팔랐다.
반도체·2차전지를 중심으로 미국·중국·EU 기업들이 우리나라에 설비투자와 합작법인 설립을 늘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기전자와 화공 모두 반도체·2차전지 등 한국의 주력 제조업과 관련이 깊은 업종이다. 외국 기업 입장에서는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는 동시에 삼성전자(005930)·LG에너지솔루션(373220) 등 한국 주요 제조 업체와 협업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투자액을 늘릴 유인이 컸다는 뜻이다. 실제로 미국의 투자 신고액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24% 늘었으며 EU(145%), 중화권(33%)에서도 FDI 증가 추세가 두드러졌다.
강감찬 산업부 무역안보정책관은 “전 세계적으로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반도체와 2차전지 FDI가 크게 변동하고 있다”며 “우리 반도체 기업의 투자가 늘면서 외국 원부자재·소재·부품기업의 투자가 따라오고 있고, 2차전지 부문에서도 (국내) 수요기업과 일부 중국 기업의 합작투자가 일어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투자 유치 정책 강화도 FDI 확대에 영향을 줬다는 해석이다. 정부는 첨단전략기술 관련 외국인 투자에 대해 현금 지원 최대 한도인 50%를 적용하고 국가전략기술 설비투자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등 각종 유인책을 내놓은 바 있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청한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역시 외국계 자본의 국내 투자 확대에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서 유치한 성과는 총 31억 4000만 달러(약 4조 원)인데 이는 전체 신고금액의 약 18%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