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생들에게 무슨 직업을 원하냐고 물어봐요. 그러면 ‘공기업에 취업하고 싶다’ ‘대기업에 가고 싶다’ ‘국제기구를 원한다’는 말을 합니다. 그런 조직에는 사장부터 건물관리인까지 있는데 정확히 어떤 일을 하고 싶냐고 물으면 대답을 못해요. 생각의 초점이 조직에서의 역할이 아니라 간판과 거기서 받는 혜택에 맞춰 있는 거죠.”
‘대한민국의 학부모님께(김영사)’의 저자인 이수형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겸 학생부원장은 는 6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의 교육 목표가 대입이 아니라 직업이 돼야 하고 그리고 한국인을 넘어서 세계인을 경쟁상대로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목적 없이 대입만을 목표로 공부하면서 번아웃 되고 이는 대학 생활과 졸업후 직업 선택에서도 장애를 가져온다”며 “처음부터 어떤 직업을 선택할 지를 염두에 두고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린 아이들이 어떤 직업이 적성에 맞는 줄 알아 선택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기 때문에 학부모님의 역할이 중요하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접촉을 넓혀 아이들에게 미래 선택지를 제공해야 한다. 사교육보다 더 낫다”고 확신했다.
강조점은 자녀 교육에 대한 투자수익률이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가계경제가 휘청이며 ‘에듀퓨어’로 전락할만큼 경쟁적으로 사교육을 시키지만 대학졸업 후 취업 확률이 낮아지고 취업 연령은 높아진다.
또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인공지능(AI)·자동화는 물론 해외인력들과도 경쟁을 해야 한다. 그는 “해외 인력의 유치가 어려울 때는 국내 학생들이 그나마 경쟁력이 있었지만 이제는 노동의 이동도 자본만큼 자유로워졌다”며 “결국은 뭐든지 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가 아닌 자신만의 경쟁력이 있는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했다.
자신과 같은 경제학자(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응용계량경제학 전공)가 교육 정책에 관심을가지는 것에 대해 그는 “교육의 근본적인 목적은 사람이 잘 살도록 도와주는 것이고 직업 활동은 경제의 주요 주제로 일자리와 생산성은 교육 논의에서 중요하게 여겨져야 한다”며 “국가의 경제산업 정책에 교육정책도 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학창 때 수석을 놓치지 않으면서 늘 1등이라고 생각했지만 미국 유학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국내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귀국해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이런 생각은 더 강해졌다고 한다. 그는 책에서 대학에 반드시 가야 하는지, 문과와 이과 중에 어디를 선택할지, 왜 인간 관계와 건강 관리가 중요한지 등을 설명한다. 이른바 ‘공부의 신’답게 시험 성적을 올리는 전략 등 깨알같은 팁도 제시하고 있다.
최근 킬러문항 등 교육계 이슈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그는 “시험은 사고력 수준을 측정하는 것인만큼 결국 문제의 질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제는 대입과 학벌이 아니라 좋은 일자리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