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반전 없었다…서울백병원, 결국 8월 31일 진료 종료

폐원 절차 돌입…입원·외래 환자 대상 모든 진료 종료 안내

병원 구성원 고용 유지…일산·부산·해운대·상계에 전보 조치

서울백병원 전경 사진. 사진 제공=서울백병원서울백병원 전경 사진. 사진 제공=서울백병원





82년 역사의 서울백병원이 8월 말 모든 환자 진료를 종료하며 폐원 절차를 강행한다.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은 "지난달 20일 인제대 이사회에서 폐원을 의결한 후 각 부속병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내부 논의를 거쳐 8월 31일까지 환자 진료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병원 측은 원내 공지와 전화, 문자를 이용해 외래 및 입원, 예약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종료일 및 진료, 각종 서류 발급 등을 안내할 예정이다. 입원 중인 환자의 경우 타 병원 전원 등의 지원에 나선다.

현재 수련 중인 인턴들 대상으로는 인제대 산하 형제병원 또는 타 병원으로 이동해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업체 검진, 임상연구 등 진행 중인 여타 사업도 지방자치단체 및 사업장들과 협의를 거쳐 다른 백병원으로 이관한다.

병원 구성원들에 대해서는 형제 백병원의 경영 상황을 감안해 전보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인제학원은 현재 서울백병원 외에 일산·부산·해운대·상계병원 등 형제병원 4곳을 운영 중이다.



1941년 '백인제외과병원'으로 출발한 서울백병원은 지난 20년간 누적적자가 1745억 원에 달해 더이상 버티기 어렵다며 이사회 논의를 거쳐 폐원이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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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학원 측은 "어떠한 형태로든 의료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외부 전문기관의 경영컨설팅을 받았고, 종합병원 유지, 전문병원 전환, 검진센터 및 외래센터 운영, 요양병원 및 요양거주시설 등 모든 대안을 분석하고 논의했으나 실효성이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누적적자보다 늘어나는 적자 규모가 더욱 문제라고 토로한다. 진료일수가 적었던 올해 1, 2월의 경우 월 의료수익이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했으며,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향후 의료원 전체 경영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지난달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 앞에서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가 연 '서울백병원 폐원 저지 공동대책위원회 발족 및 일방적 폐원 안건 상정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조합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지난달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 앞에서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가 연 '서울백병원 폐원 저지 공동대책위원회 발족 및 일방적 폐원 안건 상정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조합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인제학원은 서울백병원의 적자가 심화된 이유로 상주인구가 줄어드는 도심공동화 현상과 주변 대형 종합병원의 출현에 따른 상대적 경쟁력 하락, 그로 인한 환자 수 감소를 꼽는다. 서울백병원이 위치한 중구 지역은 거주인구가 거의 없는 사무실 밀집 지역이며, 서울백병원 반경 3km 이내에 종합병원급 병원이 국립중앙의료원(505병상), 서울대병원(1,820병상), 강북삼성병원(723병상), 세란병원(211병상), 서울적십자병원(292병상) 등이 포진해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이러한 상황 탓에 중증 환자나 수술보다는 경증 환자 위주의 진료가 대부분이며, 이미 대학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인제학원 측의 주장이다. 서울백병원에 따르면 현재 가동병상 수는 122개로, 지난 3~5월 평균 병상가동률은 66.2%, 일 평균 수술 건수는 9건에 그쳤다.



서울백병원은 폐원이 공식화된 후 안팎으로 논란이 컸다. 서울시는 서울 도심 한복판의 대학병원이 폐원할 경우 의료공백이 심화할 수 있다고 보고 이사회 개최 당일 오전 병원 부지를 도시계획시설 중 하나인 '종합의료시설'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될 경우 미래혁신데이타센터나 수익사업, (병원 외 용도) 매각 등은 불가능해진다. 병원이 아닌 다른 시설을 운영하지 못하도록 막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중구는 이달 3일 '서울백병원 도시계획시설(종합의료시설) 결정 입안 추진계획'을 확정하고 관련 절차에 돌입했다. 병원 설립자인 고 백낙환 전 인제학원 이사장의 후손들도 이날 서울시청을 찾아 폐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외국인 관광객들을 유치해 '글로벌 K메디컬 허브'로 재탄생시키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 반전은 일어나지 않은 셈이다. 서울백병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백병원의 폐원은 전체 의료원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 부지매각을 통한 수익 창출이 폐원의 목적이 아니다"라며 "현재 부지와 관련해 그 어떤 논의도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추후 폐원 절차가 마무리되면 별도 논의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라며 "어떠한 형태로 운영하게 되든 그로부터 창출되는 재원은 전부 형제 백병원에 재투자해 환자들에게 최적의 치료, 더 좋은 의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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