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교통 체증 유발 총파업, 엄정한 법 집행으로 시민 기본권 지켜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지난 3일부터 5일째 총파업을 벌이면서 서울 도심에서 집회·시위를 강행해 극심한 교통 체증을 유발했다. 6일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에는 이번 파업의 최대 규모인 7000여 명(경찰 추산)이 참가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세종대로 4개 차로에서 집회를 열어 이 일대를 지나는 차량의 평균 시속이 1.7㎞로 떨어지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극심한 교통 정체를 유발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권 퇴진’ ‘오염수 해양 방류 저지’ 등을 외치며 서울 한복판에서 사실상 정치 파업 투쟁을 벌였다. 민주노총은 시민들의 불편을 아랑곳하지도 않고 7일 오후 5시부터 밤 늦게까지 청계광장 주변에서 촛불 집회를 강행했다. 당초 경찰은 민주노총의 퇴근 시간대 집회를 허가하지 않았지만 서울행정법원이 4일 이를 허용하는 바람에 야간 집회가 열리게 됐다.



심야 시위가 가능하도록 손을 들어준 법원의 판단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2조는 경찰서장이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집회를 금지·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법원은 막대한 교통 소통 장애를 초래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논리로 민주노총의 야간 집회를 허용했다. 결국 일반 시민들은 교통 불편과 소음 등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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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이 규정한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21조)는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시위에 참여하지 않는 시민들의 기본권도 함께 존중돼야 한다. 헌법에 규정된 행복추구권(10조)과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35조) 등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집회·시위는 법 절차를 지키면서 시민 생활에 불편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원칙에 맞게 진행돼야 한다. 마침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날 “불법행위가 발생한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해달라”고 강조했다. 경찰과 사법기관은 집회·시위 과정에서 법규를 위반할 경우 엄중하게 대처하고 처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강성 기득권 노조가 정치 투쟁 차원에서 도로와 인도를 멋대로 점유할 수 있다는 낡은 사고방식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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