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서울세관과 서울시가 처음으로 관세·지방세 고액 체납자 가택 수색에 나섰다. 서울시·세관 소속 공무원 등 24명은 고액체납자들 집에서 현금과 시계, 명품가방 등을 압류했다. 이 과정에서 어떤 체납자는 바로 1000만원이 넘는 금액을 한꺼번에 내기도 했다.
13일 서울시가 서울세관과 합동으로 지난달 고액 체납자 3명의 가택을 수색했다고 밝혔다. 가택 수색 대상은 고가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등 납세 여력이 있는데도 체납액 납부를 지속해서 거부하고 있는 체납자들이었다. 이들의 체납 금액 규모는 관세 17억6000만원, 지방세 7억1500만원으로 총 24억7500만원에 달했다.
인천에 사는 체납자 A씨가 서울에 6억9500만원, 서울세관에 15억3200만원을 체납 중으로 3명 중 가장 체납액이 많았다. 체납자 명의의 재산은 없지만 2020년 배우자와 공동 소유 중인 부동산을 배우자에게 증여하는 등 체납 처분을 회피하려는 정황도 포착됐다. 이에 가택 수색을 통해 금 반지와 목걸이 등 귀금속 6점, 고급 양주 1병을 압류했다.
서울에 살고 있는 B씨는 서울시에 1600만원, 서울세관에 1억4700만원을 체납 중이다. 수색 당일 집에 있지 않던 B씨는 추후 서울시 조사관들이 자택을 방문해 다시 가택 수색을 하겠다고 고지하자 바로 지방세 체납액 1600만원을 즉시 납부했다.
또 다른 체납자 C씨의 경우 지방세와 관세 각각 400만원, 8100만원을 체납했다. 그는 여러 차례 체납 사실을 고지하고 납부를 요구했음에도 이에 응하지 않았다. 조사관들은 가택 수색 당일 현장에서 현금 및 상품권 500만원, 시계 2점, 명품 가방 2점, 명품 지갑 5점을 압류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체납자는 억울하다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MBN 보도영상에는 한 체납자가 조사관들이 들이닥치자 “지금 세금 못 내서 이혼하게 생겼다”고 하소연하는 모습이 담겼다. 하지만 집을 수색하자 옷방에서 샤넬, 루이비통, 구찌 등 명품 가방이 줄줄이 발견됐다.
시는 향후 관세청과 체납자의 수입통관 자료, 해외 구매대행 사업자 여부 및 해외 고가 물품 구매현황 등의 정보를 교환해 단속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한영희 서울시 재무국장은 “얼마 전 서울시 고액 체납자가 해외에서 골프채를 직구하여 수입하려다 관세청 통관에 적발돼 시 체납액을 일부 납부하고 수입품 통관을 진행했다”며 “납세의 의무는 지키지 않으면서 해외에서 호화스러운 물품을 수입하는 비양심적인 체납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조세 정의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