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구급차도 많고, 구급대원들도 수십명 넘게 있어. 오지마, 이제 조금만 있으면 (지하차도 안에) 물 뺀대. 마음 단단히 먹고 있어. "
15일 침수된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에 갇힌 아들을 기다리는 70대 아버지는 현장에 오겠다는 아내를 거듭 말렸다. 침수된 지하차도와 닿은 고가도로에 둔 차로 우산을 가져가기 위해 걷던 그는 기자에게 "오후 3시에 (아들이 지하차도에 갇힌 걸) 연락받았다, 지금 (구조) 대응이 제대로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침수사고는 오전 8시30분께 일어났다. 아들은 출근 중이었다고 한다. 그는 늦어지는 구조의 답답함과 화를 말투에서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전화를 건 아내에게 거듭 “물 금방 뺀대”라고 했다. "마음 단단히 먹고 있어"라고 건넨 말은 스스로에게 한 말처럼 들렸다.
오후 9시30분쯤 기자가 다시 온 지하차도 실종자 수색 현장은 우려와 달리 비가 내리지 않았다.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구조작업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 그러나 지하차도 내 물 속으로 들어가는 본격적인 수색 작업은 아직이다. 우선 현장은 지하차도로 더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물막이 공사와 배수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하차도 앞에는 포크레인이 벽에 쓸 포대를 옮기고, 10여분 간격으로 덤프트럭이 오가고 있다. 오후 10시를 넘겨 현장작업을 도울 포크레인 1대가 더 투입됐다. 고가도로 시작점으로는 물 속 진입이 가능한 장갑차로 보이는 군장비까지 있다. 아버지의 바람과 달리 현장에서는 자정께 구조대원이 물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고 수습현장은 오후부터 계속 인력이 늘면서 수백여명이 모여있다. 소방대원, 구급대원, 군인, 자원봉사자, 중앙부처와 지자체 공무원, 취재진들이 엉켜있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다가 돕기 위해 온 민간인도 있다. 환경부 장관까지 다녀갔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들은 본부 천막 끝에 두 줄로 줄 지은 의자에 앉아있다. 머리를 푹 숙인 중년 남성, 눈을 감고 있는 여성, 앉지 못하고 서서 하천물을 바라보던 청년이 있다. 이들의 애끊는 마음을 누가 헤아릴 수 있겠는가. 기자가 10시20여분까지 있는 동안 현장 사람 누구도 그들에게 어떤 말도 건네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아들을 현장에서 기다리는 아버지도 자신이 타고 온 차까지 10분 가까이 홀로 걷고 다시 그 길을 혼자 돌아왔다. 경광등을 든 경찰과 군인, 컵라면을 준비한 봉사자들, 상황지휘판 앞에 모인 대원들, 계속 전화를 걸고 전화를 받는 공무원들 모두 심각한 표정이고 분주하다. 구조가 가족을 위로하는 유일한 길이란 믿음이다.
10여대가 넘어 보이는 구급차는 실종자를 병원으로 후송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