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장마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강수량이 400㎜에 달해 예년 평균치를 훌쩍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네 번째로 많은 양이다. 게다가 최근 며칠간 물폭탄을 맞은 지역에 또다시 폭우가 예보돼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기상청에 따르면 18일까지 충청권·전라권·경상권, 제주도 산지에 100~250㎜가 내릴 것으로 관측됐다. 충청권과 전북, 경북 북부 내륙에는 많으면 300㎜ 이상의 비가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인천, 경기 북부, 남부 내륙과 산지를 제외한 강원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20~60㎜의 비가 내리겠다. 현재 느린 속도로 북상 중인 정체전선이 한 지역에 오래 머무르면서 매우 강한 비를 퍼부을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매우 강한 비’는 시간당 30㎜ 이상의 비가 내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상청은 시간당 누적 강수량이 50㎜ 이상이거나 3시간 누적 강수량이 90㎜ 이상이면 ‘극한호우’라고 부른다.
전남권과 경상권의 경우 17일 새벽부터 낮까지 시간당 30~60㎜의 매우 강한 비가 쏟아지겠다. 전북도 이날 오후부터 17일 새벽까지 시간당 30~60㎜의 비가 예상된다. 충청권과 경북권, 전북에는 시간당 80㎜가량 퍼붓는 곳도 있겠다.
문제는 올여름 장마가 시작되고 단 20일 만에 이미 평년 장마철 강수량을 훌쩍 넘긴 상황에서 추가 폭우가 또 예상된다는 점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에 각각 평균 424.1㎜, 422.9㎜의 비가 내렸다. 문경과 청양, 공주, 청주 등 일부 지역은 불과 사흘 새 470~511㎜가량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중부지방과 남부지방도 평년(1991~2021년 평균) 장마철 강수량(378.3㎜, 341.1㎜)보다 10~20% 많은 수준의 비가 내렸다. 제주에는 평균 306.9㎜의 비가 왔다. 이는 평년 장마철 전체 강수량인 348.1㎜에 육박한 수준이다. 기상청은 추가 폭우가 예상되자 야영을 자제하고 강변 산책로나 지하 차도 등에 출입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박정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현재까지 재해가 발생한 지역과 앞으로 매우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 일치한다”며 “어느 때보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피해를 입은 지역에 폭우가 쏟아질 수 있어 저지대·농경지 침수, 하천·농수로 범람, 하수도·우수관 역류, 저수지 붕괴, 하천 제방 유실, 돌풍으로 인한 시설물 관리와 안전에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동서로 길게 발달한 정체전선은 17~18일 북상한 뒤 19일부터 일본 쪽으로 남하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오후부터 21일까지는 전국적으로 구름 많은 날씨가 이어진다. 다만 제주는 장맛비가 계속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