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역 살인사건이 발생한지 불과 2주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14명의 무고한 피해자를 낳은 서현역 칼부림 사건이 발생해 시민들의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다. 비슷한 사건이 연속으로 일어난 탓에 공포의 분위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모양새다.
경찰에 따르면 3일 오후 5시59분께 경기 성남시 분당구 AK플라자백화점 인근에서 칼부림 사건이 일어나 14명이 부상 당하고 13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서현역 인근에서 남자가 사람을 찌르고 다닌다”는 내용의 112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해 오후 6시5분께 용의자 최 모(21)씨를 긴급 체포했다.
전날 발생한 서현역 사건이 더욱 공포스러운 것은 불과 2주 전에 발생한 신림역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를 범행 대상으로 삼은 범죄가 짧은 간격을 두고 연이어 발생했기 때문이다. 다만 남성만을 노렸던 신림역 사건과는 다르게 서현역 사건의 피의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범행을 저질렀다.
이 두 사건의 또 다른 점은 범행 방식에 있다.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는 점은 동일하나 서현역 사건의 피의자는 칼부림 전 차량으로 5명의 무고한 시민에게 충격을 가하고 사람이 많이 모일 법한 백화점을 범행 장소로 택하는 등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다는 의심이 들게 만든다.
피해자를 성별, 나이 등을 특정하지 않고 감행한 무차별적인 공격과 위해를 가한 방식의 차이는 이번 사건이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기 보다는 계획된 테러로 규정되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실제 경찰도 서현역 사건을 사실상 테러로 규정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전날 저녁 8시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서현역 칼부림 사건 관련 ‘전국 시도청장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묻지마 범죄, 이상 동기 범죄에 대한 국민 불안이 극도로 높은 상황에서 이와 유사성이 있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함에 따라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의 책임자로서 매우 엄중하고 위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한다”며 “개인적 원한에 의한 전통적인 범죄와 달리 일련의 사건들은 누구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범죄와 궤를 달리하며 사실상 테러 행위와도 같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 21일 발생한 신림역 살인 사건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살인 예고글’이 연이어 올라오면서 경찰이 강력범죄수사대에 전담대응팀을 꾸리는 등 범죄 예방에 칼을 빼든 상황에서 이번 서현역 사건이 발생하면 또 다른 ‘모방범죄’가 일어나지는 않을지 시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현재 경찰은 9건의 살인 예고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일 ‘신림역에서 한녀 20며 죽일거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려 검거된 피의자를 구속 송치했다. 또 지난달 31일에는 ‘오늘밤 신림 일대에서 여성 1명을 강간살인 할 예정’이라는 게시글을 올린 피의자 1명을 같은 혐의로 검거했다.
경찰은 “사이버범죄수사대를 중심으로 수사역량을 집중해 피의자를 신속히 특정하고 강력·형사 등 기능을 불문하고 수사력을 집중해 끝까지 추적 검거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