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금리의 기준이 되는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금융위기 직전 수준으로 치솟았다. 미국의 늘어나는 재정적자에 긴축 장기화 전망이 반영됐다. 모기지나 학자금 대출 이자 급증, 은행 건전성 불안 등 고금리발 후폭풍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날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4.258%를 기록해 2008년 6월 13일 이후 가장 높았다. 국채 수익률 상승은 국채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연준이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 긴축 장기화 가능성을 내비치며 국채 수익률이 상승했다. 연준은 회의록에서 “대다수 참가자는 인플레이션이 재가속할 리스크가 상당하다고 봤다”며 “이에 따라 긴축적 통화정책이 추가로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준은 “몇몇(some) 참가자들은 불충분한 긴축에 따른 비용과 무심결에 과잉 긴축을 하게 되는 리스크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며 비둘기파의 목소리도 전했지만 시장은 인플레이션과 긴축 장기화 우려에 보다 더 주목했다.
크레셋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잭 애블린은 “시장은 연준이 현재의 정책 기조를 고수하고 금리를 현 수준에서 오랫동안 유지하거나 재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인식했다”며 “게다가 최근에는 유가마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이날 연준 회의록 발표 이후 연준이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에 나서는 시기에 대한 선물시장의 전망은 기존 3월에서 5월로 미뤄졌다.
최근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채금리는 꾸준히 상승했다. 경기 침체가 올 때보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높게 유지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3개월간 10년물 국채 수익률 상승 폭은 0.66%포인트에 이른다. 앞서 2일 미국 재무부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겠다고 발표한 점도 국채 수익률이 상승한 요인이다. 공급이 늘면 채권 가격이 하락한다.
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고금리발 경제 불안은 다시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상 미국의 30년 모기지금리는 지난주 기준 7.16%를 기록해 2001년 이후 2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와 함께 WSJ는 “(국채 수익률 상승세가 길어지면) 미국 은행의 미실현 손실이 증가하게 되고 잠재적으로 지역은행의 건전성 우려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전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국채 수익률이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봤다. 그는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10년물 금리 수익률은 4.75%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국방비 등 재정 지출이 커지고 이에 따라 정부의 이자 비용이 늘어난다”며 “여기에 평균 인플레이션도 2.5%로 과거보다 높아지고 장기 채권의 프리미엄도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경제가 2020년 상반기 10년물 금리가 0.5% 수준이었던 때와는 다른 시대로 접어든다는 것이다.
연준의 양적긴축(QT)이 정부의 채권 공급 증가와 맞물려 수익률을 밀어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만모한 싱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1조 달러의 추가 QT는 기준금리를 0.15~0.25%포인트 올리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