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시그널] 테마주 된 '소형 스팩'…공모만 하면 兆단위 '뭉칫돈'

'한국12호' '대신밸런스15호'

일반 청약서 증거금 3.5조 모아

가격제한폭 확대로 단타족 몰려

내달까지 줄청약…흥행지속 촉각





공모 규모가 100억 원 안팎에 불과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들이 일반 청약에서 조 단위 돈을 쓸어담는 이상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상장일 주가가 급등하는 스팩이 속출하자 이를 테마주처럼 인식하고 초단기 수익을 내려는 투자자들이 몰려든 결과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스팩12호와 대신밸런스스팩15호는 전날부터 이틀간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진행해 각각 1조 7400억 원, 1조 7800억 원 등 총 3조 5000억 원의 증거금을 모았다. 이들은 공모 규모가 각각 80억 원, 130억 원에 불과한 소형 스팩이다. 공모가도 두 스팩 모두 2000원 밖에 안 된다. 별 다른 이유 없이 모집액의 100~200배가 넘는 자금이 두 스팩 앞에 쏟아진 셈이다. 청약 경쟁률은 한국스팩12호가 872 대 1, 대신밸런스스팩15호가 549 대 1을 기록했다. 두 스팩은 오는 30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투자 전문가들은 스팩이 합병 대상 기업을 찾기 전까지는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에서 청약 과열 현상을 이례적인 일이라고 분석했다. 스팩은 기업 인수합병(M&A)을 유일한 목적으로 삼는 명목상 회사다.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하지 않기에 경영 성과나 성장성을 따지기가 어렵다. 실제로 올 초 중소형 공모주들이 흥행 기록을 이어갈 때만 해도 스팩은 대부분 두자릿수 초반의 비교적 낮은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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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금융 당국이 6월 말 상장일 가격 제한 폭을 공모가의 60~400%로 확대하면서 스팩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진단했다. 주가가 첫날부터 공모가의 최대 4배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점, 소형 스팩의 경우 공모 규모가 작아 시세 변동폭이 크다는 점 등을 겨냥한 ‘단타족(단기 투자족)’들의 관심이 이때부터 집중됐다는 분석이었다. 이달 초 일반 청약을 진행한 KB제26호스팩(458320)(공모액 100억 원)은 1조 14억 원의 증거금을 모았고 에스케이증권제10호스팩(457940)(공모액 60억 원)과 하나28호스팩(454750)(공모액 130억 원)도 각각 1조 원에 가까운 증거금을 모았다.

증권가에서는 이달부터 다음달 초까지 이어지는 잇딴 스팩 일반 청약에도 계속해서 뭉칫돈이 몰릴 것으로 내다봤다. 공모액 100억 원의 유안타스팩11호가 23일 청약을 마무리할 예정이고 대신밸런스스팩16호(공모액 95억)도 24일 청약을 마친다. 한화플러스스팩4호(공모액 130억 원)는 29~30일, 상상인스팩4호(공모액 90억 원)는 다음달 4~5일 청약을 진행한다.

업계에서는 다만 한국스팩12호와 대신밸런스스팩15호의 상장일 주가 흐름이 과열된 스팩 투자 열기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보14호스팩(456490)이 상장일 장중 공모가 대비 299%의 수익률을 보인 뒤 이상 급등 현상의 고점은 점차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7월 상장한 DB금융스팩11호(456440), 에스케이증권제9호스팩(455910)의 장중 최고 수익률은 200%가 넘었던 반면 이달 10일 상장한 KB스팩26호와 하나스팩28호의 장중 최고 수익률은 각각 123%, 66%였다.

급등한 스팩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속도도 빨라졌다. 앞서 스팩 투자 광풍을 알린 교보14호스팩 주가가 공모가(2000원) 수준까지 돌아오는데 10영업일 이상이 걸린 데 반해 최근 상장한 스팩들은 상장 당일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며 하루만에 공모가 수준으로 주가가 내려앉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였다.


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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