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달에 있습니다" 스리드하라 파니커 소마나스 인도우주연구기구(ISRO) 최고책임자는 지난 23일 오후 6시께(현지시간) 찬드랴안 3호가 인류 최초로 달의 남극 부분에 착륙하자 이같이 밝혔다. 인도 전역에서는 환호가 터졌으며, 이는 불과 며칠 전 달 착륙에 실패한 러시아(루나 25호)의 굴욕과 오버랩됐다. 뉴욕타임즈(NYT)는 “최초로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올린 러시아(옛 소련)를 인도가 앞질렀다는 사실은 두 나라 우주 프로그램의 엇갈린 운명을 말해준다”고 전했다.
떠오르는 우주 강국인 인도가 달 남극 착륙에 성공한 가운데 달을 향한 강대국들의 패권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국 외교정책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지난 5월 “미중러의 신(新) 냉전이 우주로 확대됐다”면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우주를 작전구역으로 선포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달에 유인 우주 기지를 건설하려는 미중 간의 경쟁에 이미 불이 붙었고 인도의 성공에 자극 받은 일본, 이스라엘 등 신흥 강국들도 달 탐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달을 둘러싼 패권 다툼에서 가장 주목 받는 국가는 미국과 중국이다. 미중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을 넘어 우주 공간을 놓고 양보할 수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주도 우주 프로젝트에 한국 등 27개국이 참여하고 중국이 러시아와 손을 잡으면서 양국의 우주 경쟁은 이제 ‘민주주의 국가’와 ‘권위주의 국가’ 간의 대결 양상으로까지 전개되고 있다. 빌 넬슨 미국 항공우주국(NASA) 국장은 올해 초 "미국과 중국의 달 경쟁이 점점 심해지면서 향후 2년 안에 누가 우위를 점할지 결판이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NASA가 추진하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2025년까지 달에 우주비행사들을 다시 착륙시키고, 2028년까지 달에 거주가 가능한 유인 우주기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NASA는 지난해 11월 아르테미스 1호를 보내 달 궤도에 안착시키고 돌아오는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입안돼 시행됐으나, 중국의 우주 진출을 견제하려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적극 추진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맞서 ‘창어(嫦娥) 공정’을 추진하고 있다. 2007년 창어 1호를 시작으로 달 탐사에 나선 중국 2013년 창어 3호로 소련과 미국에 이어 세계 세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한 국가가 됐다. 오는 2030년까지 유인 달 착륙을 실현하고 이후 달에 원자력 발전으로 구동하는 기지를 건설하는 것이 중국의 최종 목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우주에서 미국을 빠르게 추격하는 것이 시진핑 국가 주석이 내세우는 중국의 기술력에 대한 민족주의적 자부심의 원천"이라고 분석했다.
찬드랴안 3호를 달 남극에 착륙시키며 전 세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인도는 민간 영역에서도 활발한 우주 개발이 추진 중이다. NYT는 “스페이스X에서 영감을 받은 인도의 우주 엔지니어들이 스스로 사업을 시작했다”면서 “ISRO의 지난 회계연도 예산은 15억 달러 미만이나 인도의 민간 우주 경제 규모는 이미 최소 60억 달러에 이르렀고 2025년에는 3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도 그간 여러차례 실패했던 달 착륙 재도전에 나선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오는 26일 소형 달 탐사선 ‘슬림(SLIM)’과 천문위성 ‘쿠리즘(XRISM)’을 탑재한 H2A 로켓 47호기를 달로 쏘아 올릴 계획이다. 성공할 경우 일본은 세계 다섯 번째 달 착륙 국가가 된다.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이처럼 달 탐사와 달 기지 건설에 힘을 쏟는 것은 달에 묻혀있는 희귀 자원을 채굴하고 달을 우주 탐사의 거점으로 삼기 위해서다. 지난 2019년 중국이 ‘희토류 무기화’ 가능성을 내비치자 짐 브리덴스타인 당시 NASA 국장은 “금세기 안에 달 표면에서 희토류 채굴이 가능할 것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WP는 “달은 태양계에서 가장 뜨거운 부동산이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