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양형의 기술] 중고사기 치고 "집에 찾아가겠다" 적반하장…스토킹·협박 추가해 기소

<6>스토킹

늦은밤 집으로 배달 4번·번호제한으로 전화 11번

"문자로 안 되겠다…집으로 찾아가겠다" 협박까지

단순 사기 사건, 스토킹·보복협박 추가해 기소

징역 4년 선고 후 항소…"호감으로 연락" 주장





“띵동 띵동”

지난해 8월 늦은 밤.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A 씨의 집으로 음식이 도착했다. ‘현장 결제’로 설정된 배달이었다. 배달을 시킨 적이 없는 A 씨는 당황했다. ‘누가 실수했나’는 고민할 새도 없이 초인종은 또다시 울렸다. 반복되는 배달에 집안에는 음식만 쌓였다. 잠시 뒤 휴대전화기로 전화가 왔다. 화면에는 ‘발신번호 표시제한’이라는 글자가 떠 있었다. A씨가 전화를 받자 상대방은 낮은 목소리로 “누굴 X호구로 아냐, 계속 사람 귀찮게 하네, 너도 귀찮게 해줄게”라고 따지듯 말했다. A씨가 당황해 전화를 끊자, 휴대전화기는 11차례나 더 울렸다. 또 카카오톡 등 문자도 이어졌다. “말로만 경고하니까 안 듣네”, “문자로는 안 되겠다. 그냥 집으로 찾아 가야겠다”는 등 협박성 내용이었다.



A 씨 머리에서 순간 최근 중고거래로 연락했던 30대 남성 B 씨가 떠올랐다. A씨는 콘서트 티켓을 판매한다는 B씨에게 곧바로 송금했다. 하지만 물건은 오지 않았다. 재촉에도 물건은 보내지 않자, A씨는 B씨에게 환불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A씨는 B씨를 사기혐의로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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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에는 단순 사기사건이었다. A씨가 중고거래 사건에 대해서만 고소했고, 경찰도 사기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사건은 맡은 변형기 수원지검 형사2부 검사는 무언가 100% 수사를 다 하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증거 목록에는 A·B씨 두 사람 사이 카카오톡 등 기록이 포함돼 있었지만, 주요하게 다뤄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피해자 조사는 물론 문자메시지·녹음 파일 확보 등 면밀한 조사에 나섰다. 또 판례상 배달을 반복적으로 하는 행위도 스토킹 범죄에 해당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변 검사는 B 씨를 사기 혐의 뿐 아니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보복협박등)위반·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를 추가해 기소했다. 검찰 수사 결과 B 씨는 A 씨 외에도 여성 2명을 상대로 유사한 행각을 벌여 총 789만 원을 수수했다. 소유하고 있지 않은 콘서트 티켓과 상품권 등을 중고거래사이트에서 올려 금전을 수수한 뒤 물건을 보내주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습득한 피해자 주소를 가지고 “집에 찾아가겠다”는 식으로 협박했다. 아울러 B 씨는 동종 범죄를 십여 차례 저지르며 실형을 선고 받은 전력이 있으며, A 씨를 상대로 범죄를 벌일 때에도 누범기간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무직 상태였던 B 씨는 가끔 일용직으로 일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변 검사는 “여성 피해자들만을 상대로 범행을 반복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영장실질심사마저도 핑계를 대고 출석하지 않을 정도로 영악한 범죄자인 만큼 성실히 수사했다"고 밝혔다.

현재 B 씨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항소한 상태다. B 씨는 배달음식을 보내고 전화를 반복적으로 한 스토킹 행위에 대해 “단순한 호감으로 연락하고자 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복·협박 행위에 대해서도 협박에 이르는 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경제는 해당 기사로 인해 피해자가 2차 가해 등 아픔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익명 처리하는 한편 사건 내용도 실제와는 조금 다르게 각색해 담았습니다.


이건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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