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테크

'거액 익스포저 규제' 제도화…은행 대규모 손실 위험 차단

[금융당국, 감독규정 개정]

내년부터 기본자본 25%내로 제한

경제적 의존 대상 부실위험도 고려

은행권 기업대출 위축 불가피할듯

産銀 2년 유예·輸銀은 적용 예외





기업의 부도로 은행이 대규모 손실을 떠안는 상황을 막기 위한 거액 익스포저(잠재 위험에 노출된 대출·투자액) 한도 규제가 내년부터 시행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5일 거액 익스포저 한도 규제와 관련한 은행업 감독 규정 등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거액 익스포저 한도 규제는 2019년 3월부터 행정지도를 통해 시행 중인데 이를 감독 규정에 반영해 규제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것이다. 개정된 규정은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거액 익스포저 한도 규제는 은행의 거래 상대방에 대한 익스포저 수준을 국제결제은행(BIS) 기본 자본의 25%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은행의 동일 차주에 대한 대출 규모 등을 한정하는 신용공여 한도 규제와 성격이 비슷하지만 익스포저를 보다 폭넓게 해석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우선 익스포저 규모를 산정할 때 차주와 ‘경제적 의존 관계’에 있는 대상의 익스포저도 함께 고려한다. 이를테면 은행의 A 기업에 대한 익스포저를 따질 때 A 기업의 협력 업체인 B 기업의 익스포저도 A 기업의 익스포저로 묶어 보는 식이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원청 업체를 통해 매출 대부분을 올리는 하청 업체가 있으면 원청 업체와 하청 업체를 동일한 차주로 함께 보겠다는 취지”라면서 “하청 업체가 부도 위험에 처했을 때 원청 업체까지 흔들릴 수 있는 경우를 염두에 두고 감시망을 넓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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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해외 법인이 특정 차주에 내준 대출도 익스포저에 새로 포함된다. 거액 익스포저 한도 규제는 별도 기준인 신용공여 한도 규제와 달리 연결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익스포저 범위에 대출 등 신용공여와 주식, 제3자 보증이 포함된다”면서 “현행법상 신용공여 한도 제도를 적용할 때보다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의 거래 상대방별 익스포저에 대한 통합적인 리스크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 당국은 2019년 3월부터 4년여간 행정지도를 통해 일종의 ‘계도 기간’을 거친 만큼 개정안에 따른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국이 국내 은행의 주요 기업에 대한 거액 익스포저 현황을 파악한 결과 한도를 넘어선 곳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그동안 공격적으로 확대해온 기업 대출이 다소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 잔액 기준 기업대출 규모는 2020년 976조 3726억 원에서 매년 9% 이상 증가했다. 올해도 7월까지 집계한 기업대출 잔액이 1218조 7496억 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수치를 훌쩍 뛰어넘은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이후 금리가 급등하면서 자본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은 기업들이 은행 문을 두드렸고 은행들도 적극적으로 기업대출 영업을 강화한 영향이다.

당장 익스포저 한도를 넘어선 곳은 없지만 일부 기업에 대한 익스포저가 한도치에 근접한 만큼 거액 익스포저 한도 규제가 시행되면 신규 대출 확대는 어려울 수 있다. 특히 건설 업체는 해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국내 은행의 해외 법인을 통해 사업비를 융통하는 경우가 많아 추가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은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에 대해서는 자금 공급에 위축이 발생하지 않도록 2년간 유예기간을 뒀다. 수출 신용기관인 한국수출입은행·외은 지점도 예외로 뒀다. 대기업 금융을 취급하지 않아 거액 편중 리스크 우려가 낮은 인터넷 은행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금감원은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에 충분한 준비 시간을 부여하는 한편 제도 도입 시에도 은행권의 거액 익스포저 관련 체계가 원활하게 작동되도록 일부 완화된 기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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