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암시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 기조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연일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3대 주가지수는 일제히 급락했다. 국내 주식·채권 시장에서 코스피지수도 한 달 만에 장중 2500선 아래로 내려가는 등 하루 종일 요동을 쳤다.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자 일본·중국 당국은 물론 한국은행도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대응 마련에 머리를 싸매는 분위기다.
21일(현지 시간) 미국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금리는 전날보다 8bp(1bp=0.01%포인트) 오른 4.49%에 마감했다. 이는 2007년 10월 18일 이후 16년 만의 최고치다. 이날 2년물 국채금리도 5.19%를 넘어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30년물 국채수익률 역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4.55%를 나타냈다.
위험자산 기피 심리가 고개를 들면서 미국 증시의 3대 지수가 모조리 하락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전날보다 1.08% 떨어졌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1.64%, 1.82% 내려갔다.
이날 미국 채권금리 상승과 주가 하락은 연준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에 따른 여진에서 비롯됐다. 미국발(發) 금융시장 불안은 곧 일본·중국 등 주요국 시장까지 흔들었다. 22일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골자로 한 ‘금융 완화책’을 유지하기로 하자 엔·달러 환율이 148엔까지 치솟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중국 정부가 상하이·선전 증시 등에 상장한 자국 기업에 대해 외국인 지분율 한도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 주식·채권시장도 고금리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며 하루 종일 출렁거렸다. 이날 23.52포인트(0.94%) 내린 2491.45에서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2486.14까지 하락했다. 장중 2500선이 깨진 것은 지난달 23일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2.9원 내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인 1336.8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금융·외환시장에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한은도 딜레마에 빠졌다. 환율 안정이나 자금 유출 방지를 위해서는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이 경우 가뜩이나 불안한 단기자금 시장이 급격히 경색될 수 있다는 문제가 생긴다. 경기 부진이 여전한데 물가마저 오르면서 한은으로서는 금리를 인상도, 인하도 할 수 없이 손발이 묶인 상태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물가만 보면 한은이 내년 상반기 중에도 금리를 내릴 수 있지만 선제적으로 인하할 경우 자본 유출이 부담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