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여행 예약 플랫폼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여기어때컴퍼니가 경영권 매각작업을 중단하고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여기어때가 지난해 1조 2000억 원의 기업가치 평가를 받았던 만큼 상장 후 최소 2조 원 이상의 시가총액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여기어때가 연내 주관사 선정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기업공개(IPO) 준비에 나선다. 이르면 다음 달 중 국내·외 주요 증권사에 입찰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할 예정이다. 내년 하반기에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한다.
여기어때는 본격적인 상장 추진에 앞서 재무제표 작성 기준을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로 전환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여기어때는 일반기업회계기준(GAAP)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해 왔다. 내년 초 제출할 올해 감사보고서부터는 K-IFRS를 적용해 재무제표를 작성할 방침이다.
한국거래소의 규정에 따르면 상장 기업은 회계 기준을 K-IFRS로 전환한 후 외부 감사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여기어때는 조만간 국내 한 회계법인으로부터 K-IFRS 전환을 위한 컨설팅을 받기로 했다. 이후 금융감독원에 외부감사인 지정을 신청하고 감사를 받을 예정이다.
여기어때의 IPO 추진은 CVC캐피털의 투자금 회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상장 과정에서 구주 매각을 통해 일부 자금을 회수한 뒤 경영권 매각에 나서는 방식이 유력하다.
당초 CVC캐피털은 여기어때의 상장보다는 경영권 매각을 통해 투자금 회수에 나설 생각이었다. CVC캐피털이 해외에 기반을 둔 사모펀드인 데다 한국 IPO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상장사를 경영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국내 재무적투자자(FI) 및 관련 기업들에 매각을 타진한 결과 만족할 만한 수준의 기업가치 평가를 받지 못해 IPO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여기어때 애플리케이션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3600만 건, 월간 활성 사용자(MAU) 수 440만 명을 웃돈다. CVC캐피털 측은 최근 몇 차례 경영권 매각 협상에서 약 1조 5000억 원 수준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여기어때가 M&A보다는 IPO를 추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며 “이익 등 수익성 지표는 탁월한 만큼 IFRS 전환과 지정감사 등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면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는 증시 입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15년 설립된 여기어때는 숙박·여행 예약 플랫폼 시장 후발주자지만 사용자 기준 1위 업체인 야놀자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2019년에는 창업자인 심명섭 대표가 영국계 사모펀드(PEF) CVC캐피털에 경영권을 매각하면서 지배구조가 바뀌었다. 당시 매각가는 약 3000억 원 수준이었다. CVC캐피털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여기어때는 경영 효율화와 플랫폼 역량 강화, 사업 확장 등에 집중했다. 올 상반기에는 매출액 1570억 원, 영업이익 180억 원을 내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 목표치는 500억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