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짜장면과 짬뽕, 미국의 촙수이와 차우멘, 일본의 라멘·불도장,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하이난치킨라이스·호키엔미, 베트남의 반미·퍼, 태국의 팟타이, 호주의 커리락사, 페루의 로모살타도·치파 등은 이들 국가 국민의 대표적인 소울푸드인 데, 한편으로는 중국요리가 현지화한 것이다. 이러한 세력확장 덕분에 중국요리는 당당히 ‘세계 3대 요리’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요리는 19세기와 20세기 제국주의 시대에 세계로 퍼졌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은 다른 서구 제국주의 국가와는 달리 대외 팽창을 통해 요리를 확장시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가 프랑스나 미국, 영국 요리에 익숙한 것과는 다른 패턴이다.
신간 ‘중국요리의 세계사’는 이렇게 중국요리가 세계화되는 과정에 집중한다. 일본 게이오기주쿠대 교수인 저자는 동아시아 근현대사, 식문화 교류사, 중국도시사가 주요 연구분야다.
일단 저자는 중국 국가의 힘의 투사가 아닌, 중국인들이 세계로 퍼지면서 중국요리를 전파했다고 본다. 이들 중국인(화인·華人)들은 현지 국가사회에 적응하면서 음식마저 현지화했다는 것이다. 만주에서 광둥·홍콩까지 거대한 중국 사회 각 지방의 다양한 요리들이 다른 개별 국가들의 입맛에 맞았고 또 중국인 이민자 수용 목적에서도 중국요리 현지화는 해당 각국 정부에게 이익이 됐다고 한다.
19세기 후반 중국 산둥지방의 중국인들이 대거 한반도로 넘어오면서 짜장면을 갖고 온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이들 요리는 일제강점기와 해방후 근대화 과정에서 서민들의 절대적인 호평을 받으면서 한국화했다. 다만 한국화 과정에서 짜장면은 달게 되고 짬뽕은 매워졌다. 일본 라멘도 19세기 일본으로 이주한 중국인들이 짙은 육수에 면을 넣어 먹은 것이 유래다.
미국도 마찬가지로 중국인 노동자들의 대거 이주에 따라 중국요리도 유행하는데 대표적인 음식이 촙수이와 차우멘, 포춘쿠키 등이다. 수천만명이 이주한 동남아에서는 다수의 국민요리가 중국 출신이다.
책은 1부 ‘중국요리의 형성-미식의 정치사’에서 ‘중국요리’의 형성과 대만요리의 탄생을 살펴본 뒤에, 2부 ‘아시아 여러 나라의 내셔널리즘과 중국요리’와 3부 ‘서양의 인종주의와 아시아인의 중국요리’에서 중국의 요리가 아시아와 서구로 전해져 세계 각국의 국민음식의 일부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을 살펴본다. 4부 ‘세계사 속 일본의 중국요리’에서는 일본인 저자 답게 일본의 중국요리를 놓고 그 독특함을 부각해 설명한다.
다만 저자에 따르면 이른바 ‘지대물박(地大物博·땅이 크고 물자가 많다)’이라는 중국요리 특징이 무조건 유리한 것만은 아니었다.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튀르키예, 일본 등의 요리 문화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가운데 중국요리만 계속 등재에 실패했다고 한다. 이는 중국이 자국 요리기술에 대한 지나친 자부심 및 광대한 지역 간의 이권 다툼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중국요리의 이런 양면성은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있다. 한국은 10여년 전부터 이미 ‘한식의 세계화’를 추진해왔다. 최근에는 K팝·드라마 인기와 함께 한국인의 적극적인 세계진출을 통한 K푸드의 확산 기대도 나오고 있다. 다만 K푸드의 세계화는 생각만큼 쉽지 않는데 이는 기본적인 개념 문제 때문이다. K푸드 자체를 확산시킬 것인지 아니면 K푸드 요리의 현지화를 인정할 것인지다.
예를 들면 짜장면과 짬뽕, 라면 등이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느냐다. 일본의 기무치나 중국 파오차이와 우리 김치 사이의 개념정리도 필요하다. 4만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