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다중채무자 역대 최대, 선제 대책으로 시스템 리스크 막아야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끌어다 쓴 ‘다중 채무자’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16일 국회에 제출한 가계 대출 현황에 따르면 2분기 말 다중 채무자는 448만 명으로 전체 가계 대출자 1978만 명의 22.6%에 달했다. 넷 중 한 명은 돌려막기로 연명하고 있는 셈이다. 300만 명에 가까운 이들이 원리금 상환을 하느라 생계 곤란을 겪고 있다. 리드코프 등 국내 주요 3개 대부 업체의 개인 신용대출 중 20대 이하, 60대 이상 차주의 상반기 말 연체율이 각각 12.5%, 5.4%에 이르렀다. ‘빚 수렁’에 빠진 청년과 노인들의 상환 능력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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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빚을 내 근근이 버텨온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한계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만성적인 청년 취업난으로 소득이 감소하거나 부동산·주식·코인 가격 폭등에 편승해 ‘영끌’ ‘빚투’에 나섰다가 물린 청년들도 적지 않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부터 글로벌 고물가와 고금리에 경기 침체까지 겹쳤다. 이들이 대출이자 부담 등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무더기로 도산할 경우 금융권의 연쇄 부실과 함께 자칫 금융 시스템 위기를 촉발하는 뇌관이 될 수도 있다. 계속 연장돼오던 대출 만기,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금융권 자율 규제로 전환되면서 부실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빚내서 빚을 갚는 악순환은 외부 충격이 가해지면 한순간에 폭탄처럼 터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신(新)중동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고물가·고금리의 장기화까지 우려된다. 다중 채무자들이 몰려 있는 저축은행·새마을금고 등의 부실이 금융권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촘촘하게 대책을 세워야 한다. 옥석 가리기와 채무 조정 프로그램 재정비로 성실한 차입자에게는 숨통을 틔워주되 과잉 대출은 걸러내야 한다. 다중 채무자의 채무 상환 능력을 지속적으로 파악해 이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부채 수준을 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도덕적 해이를 막는 장치를 구축하되 금융 비용 완화 조치도 병행해 다중 채무자들이 연착륙할 수 있게 도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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