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라돈’이 검출된 매트리스를 사용한 소비자들이 침대 제조·판매사와 정부를 상대로 낸 집단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그동안 개별 소비자들이 낸 소송에 이어 대규모 집단 소송마저 같은 결과가 나오면서 사실상 패소가 확정된 분위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정찬우 부장판사)는 19일 소비자 A씨 등 478명이 대진침대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을 상대로 낸 47억8000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기각 결정했다. 라돈침대 사태는 2018년 5월 초 언론을 통해 대진침대에서 방사성물질인 라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원안위는 대진침대 제품을 조사한 결과, 연간 안전기준을 초과하는 피폭방사선량이 검출됐다며 매트리스 29종의 수거명령 등 행정조치를 내렸다.
A씨 등은 2006년경부터 2015년까지 대진침대가 제조·판매한 침대 매트리스를 구입해 사용한 소비자들로 “매트리스 사용으로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중대하게 침해되는 손해를 입었다”며 1인당 10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원안위는 라돈이 검출되는 매트리스가 안전기준에 적합한지 조사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책임을 물었다.
그러나 법원은 “매트리스를 사용함으로써 노출되는 피폭량으로 건강 상태에 위험이 발생했다는 점이 증명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가공제품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에 의한 인체 피폭량을 측정하는 구체적인 기준이 없었다는 점도 기각 사유로 들었다.
앞서 대진침대 소비자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은 잇따라 패소다. 법원은 지난 2022년 8월 소비자 69명이 낸 소송에 이어 지난 10월 소비자 9명과 4명이 각각 낸 소송에서도 대진침대 측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