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펑(사진)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공산당 중앙재정경제위원회 판공실 주임에 올라 중국의 경제·금융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맡게 됐다. 퇴임 이후에도 자리를 유지하던 ‘시진핑의 경제 책사’ 류허 전 부총리는 허리펑에게 바통을 넘겨주며 역할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는 29일 허리펑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겸 중앙재경위 판공실 주임이 베이징에서 에마뉘엘 본 프랑스 대통령 외교고문과 만났다고 보도했다. 중국 펑파이신문은 이를 두고 “이 보도는 허 부총리가 중앙재경위 책임자로 임명됐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중앙재경위 판공실 주임은 이전까지만 해도 3월 부총리에서 물러나며 공식 은퇴한 류 전 부총리가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류 전 부총리가 중앙재경위 판공실 주임 자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여전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책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버드대 출신인 류 전 부총리는 그간 미국통이자 친시장 개혁주의자로 평가받아온 인물이다. SCMP는 당시 “류허가 언제 현 국무원 부총리인 허리펑에게 바통을 넘겨줄지는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중앙재경위는 시 주석이 집권 2기인 2018년 기존의 중앙재경영도소조를 격상해 만든 당내 조직으로, 중국 내 최고 경제정책 결정 기구다. 시 주석이 직접 주임을 맡고 있으며 판공실 주임은 시 주석을 보좌하며 일선에서 정책을 책임지고 총괄한다.
시 주석 집권 3기가 출범한 올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류 전 부총리는 중국 고위 관료의 은퇴 연령인 ‘칠상팔하(67세는 중국 지도부에 들어갈 수 있으나 68세는 안 된다)’ 관례에 따라 물러났다. 그 자리를 채운 인물이 허 부총리다. 허 부총리는1955년 광둥성 출신으로 1980년대 시 주석이 샤먼시 부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샤먼시 정부 판공실 부주임으로 인연을 맺었다. 40년 넘게 시 주석과 함께한 ‘시자쥔(시 주석 측근 그룹)’ 가운데 경제통으로 꼽힌다.
허 부총리는 대외적으로 경제 책임자로 나서며 활동의 폭을 넓혀왔다. 7월 방중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베이징에서 회담했고 같은 달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과 고위급 회담을 진행했다. 이달 초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개최된 제3차 중국·독일 고위급 금융 대화에서도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장관과 만났다. 24일에는 시 주석과 함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외환관리국을 방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