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경제신문이 HR테크기업 원티드랩과 함께 고객사 1만 곳을 대상으로 올해 채용공고 당 지원자 수를 분석한 결과 상위 5개사는 여기어때, 무신사, 교보문고, 쏘카, 인터파크트리 순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준을 적용한 2022년 조사에서 상위 5개사는 무신사, 카카오스타일, 컬리, 크림, 마이리얼트립 순이었다. 2021년 기준 상위 5개 기업은 당근마켓, 두나무, 카카오스타일, 아이디어스, 에이블리로 모두 업력이 그리 오래되지 않은 스타트업들이었다.
올해 지원자들은 전반적으로 여행, 패션 업종 기업 선호도가 높았다. 아울러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한 기업에 대한 관심도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지난해 여기어때의 영업이익은 301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94% 증가한 한 규모로 2019년부터 4년 연속 흑자를 거뒀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9% 늘어난 3059억 원으로 집계됐다. 정명훈 여기어때 대표는 지난해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팀원들과 함께하는 공간에서 하는 일로부터 보람을 찾지 못하고 즐겁지 않다면 아무리 근무시간이 짧아져도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직원들이 직장에서 쓸데없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게 대표경영자로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력이 짧은 스타트업 입사에 대한 선호도는 떨어지는 추세로 파악됐다. 스타트업의 자금력이 떨어지자 근무 여건에 비해 연봉, 복지 등에 대한 불만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스타트업 얼라이언스가 최근 공개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3'에 따르면 스타트업 근무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재직자의 42%가 ‘만족한다’고 답해 지난해 49.2% 보다 7.2%포인트 떨어졌다. 스타트업 재직자 중 ‘스타트업 근무를 추천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1.2%로 전년 보다 3.6%포인트 줄었다. 반면 ‘추천하지 않는다’는 15.2%로 전년 10.4%에서 급상승했다. 한 스타트업 재직자는 "스타트업 80%는 투자 유치 실패, 혁신 소멸 등으로 1~2년 안에 없어지는 게 현실"이라며 “최근 시장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유니콘 급의 기업조차도 대량 권고 사직을 실시하는 것을 보니 스타트업 취업을 추천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위기를 맞아 도전보다는 안정을 우선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원티드가 올 5월 11만 여명의 2030 구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8명은 스타트업이 아닌 대기업 취업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묻는 질문에도 도전과 성장(24%)보다는 명예와 안정(76%)을 선택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스타트업의 인력난도 심화하는 분위기다.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 사례가 확 줄었을 뿐만 아니라 우수한 인재를 신규로 채용하기도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IT 스타트업 한 대표는 “큰 뜻을 품고 최근 미국 지사를 설립하는 등 스케일업을 본격적으로 시도하는 시점인데 과거보다 좋은 인재를 확보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면서 “힘들게 육성한 재직자들이 1~2년 안에 그만두는 사례가 늘어난 것도 리스크”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