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중국 방문한 韓美 CEO의 차이 [김광수특파원의 중심 잡기]

애플·테슬라 CEO 中 현장 방문 잦아

美中 갈등국면서 친근한 이미지 부각

韓CEO, 국내서 고객접점 '광폭 행보'

中서 매장·고객 접촉 넓히는 노력 필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19일 베이징에서 딩쉐샹 중국 부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신화연합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19일 베이징에서 딩쉐샹 중국 부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신화연합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두 차례나 중국을 방문했다. 방중 때마다 중국 고위 관계자들을 만난 것은 물론 현지 매장을 찾아 고객들과 셀카를 찍는 등 친근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다가왔다. 올 5월 중국을 찾은 일론 머스크도 주요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며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돌아갔다. 주요 시장인 중국에서 자사 제품을 알리는 데 있어 CEO가 친근하게 중국인들에게 접근하며 미국 제품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려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이 중국과 치열하게 세계 패권을 다투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이들의 행보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다. 속으로는 불편한 내색을 보일지 모르지만 경쟁하고 있는 중국에 가서 사업을 챙기고 중국 관료들을 만났다는 이유로 해당 기업에 부담을 주지는 않는다. 미국의 고위급 정부 관계자들도 올해 중국을 찾아 관계 개선에 나섰다.



최근 중국을 찾는 국내 기업 경영자와 관료들이 부쩍 늘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3월 쿡 CEO처럼 중국발전고위급포럼(CDF) 참석차 베이징을 찾았다. 톈진시의 사업장을 방문하고 시 당서기와도 만났다. 삼성은 부품 외에도 핸드폰을 비롯한 다양한 가전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 회장이 쿡처럼 중국 내 가전 매장을 방문했다는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10월 초 항저우를 찾았다. 대한양궁협회장으로 양궁 국가 대표팀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방중 기간에 현지 임원들과 만나 사업 논의도 했겠지만 머스크와 같은 행보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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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방문한 미국과 한국의 경영자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한 회사의 CEO와 그룹 전체를 이끄는 총수라는 차이를 간과할 수 없다. 미국 사업가의 마인드나 쇼맨십 등은 한국의 정서와도 차이가 적지 않은 점도 있다. 국내 대기업 오너들이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이 회장이 삼성 계열사를 방문해 직원들과 격의 없이 사진을 찍거나 정 회장이 직접 무대에서 신차 발표를 하는 장면은 이전 ‘회장님’들에게서는 보기 힘들었다. 우리나라 경영자들이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환담을 나누고 자동차, 전기차, 배터리 등 현지 공장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뿌듯해진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 기업인에게 연신 “탱큐” 감사말을 건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기업과 경영자들의 위상이 높아진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중국에서의 공개적인 활동에는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

특히 요즘처럼 미중 갈등이 심화된 상황에서는 중국에서의 일거수일투족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의 활발한 경영 활동이 정부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정경 분리’라는 단어를 굳이 꺼내지 않아도 경제계가 정치권의 영향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점은 주지하는 사실이다. 최근 포스코는 중국 허베이성 탕산시에 자동차용 도금강판 공장을 준공했다. 포스코 측은 최정우 회장의 방중 사실을 애써 밝히지는 않았다.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국내 분위기에 혹시나 역행한다고 비춰질지 몰라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삼성전자 역시 최근 한종희 부회장이 베이징을 찾았으나 한국 본사나 중국 법인 모두 외부에 알리지 않는 분위기였다. 중국을 향한 미국의 반도체 제재에 극도로 민감한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회사 고위 임원의 행동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기업도 국익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의 입장과 완전히 배치된 행동을 하기도 힘들지만 기업의 우선순위는 이윤 추구다. 그래야 주주들도 기업을 믿고 투자할 수 있다. 가뜩이나 중국 사업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심중을 헤아려가며 사업을 해야 한다면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다. 팀 쿡이나 일론 머스크의 중국 활동이 유독 달리 보이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일까.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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