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35) 씨는 올바른 교육에 관한 사명감이 투철한 베테랑 유치원교사다. 성실함을 타고나 근무 중 힘든 일이 있을 때도 솔선수범하는 태도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과 온종일 놀이하며 시간을 보내고 등·하원 차량에 탑승하는 아이들을 들어 옮기는 일 등이 수년간 반복되다 보니 언제부턴가 어깨에 미세한 통증이 느껴져 고심이 깊어졌다. 최근 환경정리, 서류작업과 같은 교육 외 업무가 늘어나며 퇴근이 늦어진 데다 이달 초 가을체육대회의 여파로 통증은 급격히 악화됐다. 팔을 들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 생기자 아이들 지도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어려움이 생겼다. 결국 병가를 내고 병원을 다녀온 김 씨는 무리한 어깨 사용으로 인한 ‘어깨충돌증후군’을 진단 받는다.
매년 11월 19일은 ‘아동학대 예방의 날’이다. 내일(11월 20일)은 ‘세계 아동의 날’로, 아이들이 마음껏 놀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본권리를 법으로 보장하기 위해 국제연합(UN)이 지정했다. 이 시기에는 아이들과 관련된 여러 행사가 개최되며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다.
아이들이 올바르게 성장하고 발달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의 관심일 것이다. 하지만 혈연관계로 묶인 가족이 아니라도 아이들을 위해 언제나 헌신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아이들의 건강한 정서 함양과 교육을 위해 낮밤 가리지 않고 열정을 쏟는 유치원교사다.
그런데 일부 유치원교사는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의 고된 근무를 할 정도로 업무강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지도하는 업무의 특성상 근골격계 질환 발생에도 취약하다. 아이들의 기본권을 지켜주는 사명감 못지 않게 교사 본인의 건강 관리에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 한 대학에서 23개 유치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92명의 교사들을 대상으로 근골격계 질환 실태연구를 진행한 결과, 상당수의 유치원 교사들이 근골격계 질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72.8%가 근무 중 육체적 피로를 항상 느끼거나 자주 겪는다고 답했으며, 그 중 91.3%가 한 부위 이상에서 근골격계 통증이 있다고 답했다. 통증을 호소한 부위로는 ‘어깨’가 가장 많은 75%를 차지했다. 교사들이 원내를 돌아다니며 아이들을 관리하고 율동을 지도하는 등 어깨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점이 어깨 통증의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어깨충돌증후군’은 무리한 어깨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대표 질환이다. 어깨 관절을 감싸는 뼈와 어깨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힘줄이 서로 충돌하며 증상이 나타난다. 머리 위로 팔을 들었을 때 어깨 통증 외에도 어깨에서 소리가 나거나 어딘가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 특징으로, 밤에 통증이 더 심해진다. 어깨충돌증후군은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회전근개파열, 석회화건염 등의 질환으로 악화할 수 있으므로 조기 발견 및 치료가 중요하다.
한방에서는 추나요법, 침·약침 치료, 한약 처방 등의 한방통합치료를 통해 어깨충돌증후군으로 인한 통증을 개선하고 손상된 관절의 강화와 기능 회복에 집중한다. 추나요법은 불균형해진 어깨의 균형을 올바르게 교정하고 특정 관절이나 힘줄에 쏠리는 부담을 줄여준다. 침치료는 혈액순환을 촉진해 환부 주변 근육의 긴장과 통증을 완화한다. 약침치료는 염증을 신속하게 가라앉히고 손상된 연부조직의 회복을 촉진하는 데 도움을 준다. 체질에 맞는 한약 처방을 병행하면 근육과 인대의 강화와 재발 방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어깨충돌증후군에 대한 침치료는 향후 어깨 수술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자생한방병원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깨충돌증후군, 오십견 등 어깨관절질환자 중 침치료를 받은 환자군과 대조군(침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군)으로 나눠 변수를 보정해 분석했다. 그 결과 침치료군 7만811명 중 2년 내 어깨 수술을 받은 환자는 180명에서 그쳤다. 반면 대조군은 7만811명 중 679명이 어깨 수술을 받아 약 3.7배 높은 수술률을 보였다. 침치료를 받은 환자에서 2년 이내 어깨수술 위험이 약 70% 감소한 것이다. 해당 연구 논문은 SCI(E)급 국제학술지 ‘침술의학(Acupuncture in Medicine)’에 실렸다.
영국의 철학자 존 로크는 “아이는 백지와 같아서 어떤 사람으로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의 정체성은 어떠한 교육과 사람을 접하는 지에 따라 발달한다. 그만큼 교육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아이들을 더욱 오랜 기간 깊이 있게 지도하기 위해서는 선생님부터 스스로의 건강 관리에 힘써야 한다. 겨울방학을 앞두고 추워지는 날씨와 힘든 환경에서도 온전히 아이들을 위한 사명감 하나로 일하는 모든 교원 여러분의 건강을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