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다크히어로물을 떠올리면 영화 ‘배트맨’을 꼽는데, 한국에서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히어로가 아닌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있는 히어로들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지난달 29일 전 편이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비질란테’ 속 열혈 경찰 ‘조헌’은 무시무시하다. 동명의 웹툰 원작 속 비현실적인 몸집은 영상화를 거치면서 현실에 있을 법한 최강자의 분위기를 지니게 됐다. 조헌을 맡은 배우 유지태(47). 188㎝의 키에 더해, 몸무게도 20㎏ 가까이 증량하며 싱크로율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비질란테’는 낮에는 모범적인 경찰대생으로 살아가는 ‘김지용(남주혁 분)’이 밤에는 범죄자를 직접 응징하는 ‘비질란테’로 활동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조헌은 비질란테를 추격하는 광역수사대 팀장으로, 극 중 최고의 힘을 자랑한다. 동시에 지용의 선배로서 법과 정의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보여주는 어른 같은 인물이기도 하다. “지금부터 내가 반말을 하겠습니다”라는 대사는 조헌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핵심적인 문장이다. 원칙을 지키면서도, 위압적이다.
1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난 유지태는 조헌을 연기하기 위해 “정의에 대한 가치관을 먼저 구축하려 했다”고 말했다. “폭력을 폭력으로 맞대응하긴 쉬운 일이죠.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복잡하고, 인생을 살아가는 어른들은 부조리를 겪어봤던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각자) 보이고 만들고 싶은 정의가 있죠. 조헌의 모습을 좀 더 심층적으로 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유지태는 액션에 대한 강한 애정도 드러냈다. 킥복싱, 주짓수 등 실제 다양한 무술을 배워왔다는 그의 주간 계획에 ‘액션’이 들어있을 정도다. 그는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톰 하디와 크리스천 베일이 싸우는 모습을 보면 피지컬로 부딪칠 때 시너지가 커지더라. 이런 점들을 고려해서 체구를 키우게 됐다”면서 “외국에서도 소화하기 힘든 액션 장면에 대한 욕심이 있다”고 밝혔다.
데뷔 25년차에 접어든 유지태는 영화 감독, 웹툰 시나리오 작가 등 다양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건국대 영상영화과 전임교수로 후학 양성에도 힘쓰는 중이다. 하지만 본업인 배우에 대한 장점을 높이 평가한다. “배우는 잘 알려진 만큼 사회 활동을 하기 유익해요. 미디어에 비춰진 우리의 모습을 통해 사회가 더 좋은 쪽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배우라는 직업을 사랑하게 됐습니다.”
유지태는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인 ‘빌런즈’의 촬영을 마친 후 공개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비질란테’는 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시리즈여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도 배우 일에 최선을 다하고 더 큰 책임감으로 작품 선정에도 공들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