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에너지 공기업 재무 안정성 시급히 해결해야

◆안현효 대구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한전 적자 32조·가스公 미수금↑

연료비 연동 못한채 손실 눈덩이

채권발행도 한계…재정 '벼랑끝'

요금 현실화 더이상 늦추선 안돼





한국전력은 2020년 4조 1000억 원 흑자를 기록했던 영업이익(연결 기준)이 2021년 5조 8000억 원 적자로 전환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적자 규모가 32조 7000억 원으로 불어났다. 한국가스공사는 도시가스 민수용 원료비 미수금이 2020년 1941억 원에서 2021년 1조 7656억 원, 2022년 8조 5856억 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 위기로 불거진 두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는 판매 가격이 연료비 원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극심해졌다.

한전은 전력도매시장에서 구입하는 전기 가격이 올라도 소매판매 요금에 원가 반영을 충분히 하지 못해 적자가 발생했다. 가스공사 역시 가스요금으로 회수하는 원료비가 실제 원가에 미치지 못해 미수금이 급격히 늘었다. 특히 최근 12조 5202억 원에 달하는 가스공사의 도시가스 민수용 미수금은 지금의 유가와 환율이 지속될 경우 연말에는 13조 원까지 커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들 두 공기업이 난관을 타개하고자 자구책을 마련하고는 있지만 결국 그 원인은 방만 경영이 아닌 에너지 위기에 의한 것인 만큼 마른 수건을 짜내는 방안들로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난 3년간 한전과 가스공사의 인건비와 예산 규모가 거의 비슷한 추이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자가 기업 내부 문제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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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면으로 생각해보면 전쟁 등 대외 위기에 의한 에너지 가격 폭등에도 우리나라 국민이 비교적 큰 타격을 받지 않은 것은 한전과 가스공사가 적자를 감당하면서 에너지 원가 상승을 국민에게 바로 전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전과 가스공사의 적자를 대가로 국민이 에너지 소비 혜택을 받은 것이다.

그간 한전과 가스공사는 글로벌 에너지 가격 폭등이 국민 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버퍼 역할을 해왔지만 결국 한계에 봉착했고 적절한 수준에서 전기·가스요금을 조정해야만 하는 시점이 왔다.

천문학적 규모의 적자를 떠안은 한전은 이제 발전 자회사의 중간배당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적자를 채권 발행으로 메우고 있지만 그것조차 한도에 달했기 때문이다. 현재 한전채 잔액이 약 82조 원인데 내년 발행 예상액인 60조~70조 원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자본금 확충 때문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 것은 발전 부문을 한전에서 떼어냈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회사가 생산하는 전력도 도매시장에서 구입해야 하는 우리나라 전력 산업의 구조가 한몫하고 있다. 천만다행으로 발전 공기업이 한전 자회사이기에 발전 이익을 환수할 수는 있지만 민간 발전사 이익에는 한전이 손을 댈 수도 없다.

올해 7월 기준 가스요금은 가스를 생산하는 영국이 가스를 전량 수입하는 우리나라보다 2배나 높다. 선진국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요금이 최저 수준이라는 얘기다. 비록 도시가스용 도매 요금을 지난 1년 새 약 50% 인상했지만 여전히 민수용 도입 원가의 78%만 요금에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미수금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만약 지난해처럼 동절기에 가스 도입 가격이 오르고 소비가 늘어나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급증한다면 이는 결국 국민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 자명하다. 또 시세보다 지나치게 낮은 요금으로 인한 도시가스 과소비 등 가격 기능 마비도 우려된다. 따라서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구조와 민생을 함께 고려한 요금 현실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국민 경제를 뒷받침해야 하는 공기업 체제에서도 적절한 시장가격 반영은 에너지 사용 효율화를 이끄는 길임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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