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사랑에 울기도 했던 '연약한 인간' 나폴레옹

[리뷰 - 영화 '나폴레옹']

리들리 스콧과 호아킨 피닉스

23년만에 감독·주연 호흡맞춰

조세핀役 바네사 커비도 호연

영화 '나폴레옹' 스틸컷. 사진 제공=소니픽처스영화 '나폴레옹' 스틸컷. 사진 제공=소니픽처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영화 ‘나폴레옹’을 통해 극장으로 돌아왔다. ‘조커’로 미국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호아킨 피닉스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를 맡는다. 변방 코르시카 출신으로 시작해 마침내 프랑스의 황제 자리에 오른 시대의 풍운아 나폴레옹의 삶이 158분 동안 필름에 담긴다.

리들리 스콧 감독에게 ‘나폴레옹’ 영화화는 오랜 시간 기다려온 프로젝트였다고 한다. 그는 나폴레옹에 대해 “나폴레옹의 역사는 곧 현대사의 시작이다. 그는 세상을 바꾸고 역사를 다시 쓴 인물”이라고 평했다. 주연을 맡은 호아킨 피닉스와는 ‘글래디에이터(2000)’로 호흡을 맞춘 후 처음으로 조우했다.

영화 '나폴레옹' 스틸컷. 사진 제공=소니픽처스영화 '나폴레옹' 스틸컷. 사진 제공=소니픽처스



영화 속에서 나폴레옹의 삶은 프랑스의 황후였던 마리 앙투아네트를 향한 국민들의 분노와 함께 시작한다. 나폴레옹은 서슬 퍼런 단두대에서 목이 잘린 마리 앙투아네트를 지켜본다. 이는 권력을 쥐었으나 이내 몰락한 그의 미래를 예견하는 듯하다. 그럼에도 나폴레옹은 난세에 탁월한 군사적 능력을 보이면서 권력을 차지해나간다. 짧게 지나가는 나폴레옹의 삶은 당시 복잡한 프랑스의 정세와 얽혀 있다. 사령관으로 승진한 그는 쿠데타를 통해 제1통령이 되고, 이후 황제에 즉위하면서 절대 권력을 누린다. 평등을 내세운 공화정 프랑스도 계급의 차이를 인정하는 제정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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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은 전형적인 영웅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전투에서 긴장하거나, 쿠데타에 맞선 의원들의 거센 항의에 달아나기도 하고, 황후였던 ‘조세핀(바네사 커비)’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을 보인다. 언론에 보도된 조세핀의 불륜 사실에 이집트 출정을 중지하고 단박에 프랑스로 돌아온 장면은 실제 나폴레옹이 남긴 유명한 일화 중 하나다.

나폴레옹의 연약한 면모만큼 조세핀의 존재감은 커진다. 단순한 황제의 아내가 아닌, 나폴레옹과 끊어낼 수 없는 유대감을 지닌 조세핀을 연기한 바네사 커비의 호연이 돋보인다. “넌 내가 없이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조세핀의 말은 영화 속에서 반복되며 강조된다. 사랑도, 증오도 아닌 알 수 없는 감정의 골을 넘나드는 이들의 관계는 정치적 공동체로 시작했지만 ‘황제’라는 거대한 책임을 이겨내지 못하는 인간 나폴레옹의 한계를 조명한다.

영화 '나폴레옹' 스틸컷. 사진 제공=소니픽처스영화 '나폴레옹' 스틸컷. 사진 제공=소니픽처스


처음부터 끝까지 초인적인 영웅 나폴레옹을 기대한 관객들은 실망감을 느낄 수 있겠다. 다만 전투 장면을 통해 나폴레옹의 영웅으로서 진가를 엿볼 수 있다. 대승을 거둔 아우스터리츠 전투뿐 아니라 마지막 패배를 겪은 워털루 전투까지, 리들리 스콧 감독 특유의 웅장함을 담은 전투 장면이 이어진다.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 벌어지는 아우스터리츠 전투는 나폴레옹에 맞선 적군의 전사를 아름답고 잔혹하게 비춘다. 영화의 후반부 몰락한 나폴레옹을 향한 프랑스 제국 근위대의 충성은 감동을 불러오기도 한다. 영화는 애플 TV+에서도 공개 예정이다. 6일 극장 개봉. 158분.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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