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에 요소수를 판매하는 업체가 전화를 안 받습니다. 농협도 지금 비료가 부족하다며 제가 요구한 물량의 절반밖에 안 줍니다.”
8일 경남 거창군에서 만난 김홍식 한국쌀전업농경상남도연합회 사무처장은 이마를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중국 정부가 요소에 이어 화학비료의 주원료인 인산암모늄에 대한 수출통제를 본격화하자 농촌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농가는 봄철 작물을 심기 전 비료를 뿌린다. 이에 비료 제조 업체들은 12월부터 공장 가동을 최대한으로 늘린다. 비료 공장이 가장 바쁠 시기에 중국이 원재료 수출을 제한하면서 농민의 시름은 깊어가고 있다.
이미 비료의 원자재 가격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평년 톤당 300달러 수준이던 비료용 요소 가격은 최근 400달러를 웃돌고 있다. 이 와중에 중국이 인산암모늄 수출까지 규제하면서 비료 가격의 급등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인산암모늄에 대한 중국 의존도는 95%에 달한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짜며 무기질비료 가격 보조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도 부담이 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곡물 가격이 불안정해지자 농림축산식품부는 무기질비료 가격 상승분의 대부분을 보조해줬다. 올해도 1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는데 내년에는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김 처장은 “농촌에 줄 1000억 원이 없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국 농가는 2년 전 ‘요소수 악몽’이 재연될까 우려하고 있다. 벼농사를 짓는 김광수(가명) 씨는 “2년 전에도 가을 타작을 앞두고 농기계용 요소가 없어 고생했다”며 “중국이 내년 1분기까지 수출제한을 유지한다는데 그때까지 이 상황이 이어진다면 농민들은 다 죽는다”며 호소했다. 김 처장은 “비료·기름·요소 값과 인건비가 농작물 가격을 결정하는데 안 뛰는 게 없는 상황”이라며 “비료·요소 수급도 제대로 못 하는 정부가 농산물 물가를 잡겠다고 하는데 도대체 누가 믿겠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농가의 상황은 급박하지만 정부의 인식은 안일하다. 농식품부는 이날 “중국의 인산암모늄 수출제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국내 비료 수급에 미칠 영향은 내년 1분기까지 제한적일 것”이라며 “인산암모늄 재고는 약 4만 톤으로, 내년 5월까지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