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여명]혁신을 거부하면 죽음을 맞을 뿐이다

■정민정 디지털전략·콘텐츠부장

정부 견제론, 지원론에 16%P 앞서

당대표 사퇴한 與는 비대위 돌입

총선 낙관하는 민주, ‘이재명 사당화’

절박하게 혁신해야 국민선택 받을 것

정민정 디지털전략·콘텐츠부장정민정 디지털전략·콘텐츠부장




최근 독일 집권 여당 사회민주당의 반성문이 화제였다. 사민당의 대러시아 정책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반성하고 고치는 것이 우리의 진보적 사명”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평화를 추구해온 정책이 외려 에너지 종속과 안보 위기를 초래했다는 이유에서다. 집권 여당의 ‘솔직한 반성’이, 좌파 정당의 ‘진보적 사명’에 대한 갈구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총선이 4개월도 채 남지 않은 국내 정치판은 한심하기 그지 없다. “아내와 자식 빼고 다 바꿔야 한다”며 출범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뚜렷한 성과 없이 조기 해체됐다.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는 여당을 등진 민심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 견제론(51%)’이 ‘정부 지원론(35%)’보다 16%포인트나 앞섰다. 여당 입장에서는 대구경북(TK)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견제론이 높다는 점이 특히 뼈아프다.

여기에다 서울 49개 지역구 중 명백한 우세를 보이는 곳이 6곳에 그친다는 내부 보고서는 가히 충격적이다. 서울에서 8석을 얻고도 참패한 3년 전 총선보다 더 불리하다. 당 수뇌부가 “보고서 내용을 흘리는 사람에게는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했지만 “성적표를 숨긴다고 성적이 사라지냐”는 비아냥이 돌아왔다. 일각에서는 “서울에서 ‘강서(강남·서초)’만 이기는 등 전국적으로 100석도 못 건지고 ‘양남(강남·영남) 자민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나왔다.



지난 세 번의 주요 선거에서 내리 승리했던 국민의힘이 이번 총선에서 참패할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오만·불통 이미지와 인사 논란, 김건희 여사의 일들로 바람 잘 날 없지만 솔직하게 반성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기 어려운 탓이다. 특별감찰관을 임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여기에다 용산 눈치만 보는 여당 의원들의 직무유기는 ‘이재명 민주당’에 대한 반감을 훨씬 뛰어넘는다. 한 당협위원장이 “양지에 출마하려는 분들이 영화 ‘타이태닉’에 나오는 턱시도 입고 파티하는 분들이라면, 우리는 배 밑바닥에서 석탄을 집어넣다가 익사하는 화부들”이라고 개탄했던 것도 위기에는 아랑곳 않고 ‘꿀지역구’만 탐하는 중진들을 직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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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폭되는 위기감에 장제원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김기현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급기야 국민의힘이 14일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기로 했지만 대통령과 당 차원의 ‘통렬한 반성’과 창당 수준의 ‘절박한 혁신’이 없으면 타이태닉의 파국은 피할 수 없다.

여당의 헛발질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벌써 총선 승리에 취해 오만하기 이를 데 없다. 지난 정부에서 ‘민주당 20년 집권론’ 운운했던 이해찬 전 대표는 “과반이냐 아니면 지난번 총선처럼 180석을 차지하느냐가 관건”이라 했고, 정동영 상임고문은 “수도권 120여 개 의석을 석권하면 200석 못하리라는 법도 없다”고 떠벌렸다. 막말은 역대급이다. “암컷들이 설친다(최강욱 전 의원)”는 발언을 하고도 사과 한마디 없고 “(대통령 탄핵을 거론하며) 발목때기를 분질러 놔야 한다(민형배 의원)”고 목소리를 높인다. 더 절망적인 것은 민주당다움의 요체인 ‘진보적 사명’을 망각한 채 ‘이재명 사당화’를 가속화한다는 점이다. 단적으로 전당대회 권리당원의 투표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통과시켜 이 대표 체제를 총선 이후에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진보 정당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한 민주당 역시 타이태닉처럼 침몰하는 중이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 소식에 “일대 돌풍이 일고 있다. 정치라는 것은 한순간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맞는 말이다. 이제부터는 누가 더 절박하게 뛰느냐에 따라 판세가 바뀐다.

반도체 신화의 주인공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은 “혁신을 주도하면 리더가 되고, 혁신을 받아들이면 생존자가 되지만 혁신을 거부하면 죽음을 맞을 뿐”이라고 했다. 역대 총선에서 세 번(2004년 한나라당, 2012년 새누리당, 2016년 더불어민주당)의 성공한 혁신 사례 모두 기득권 포기와 전면적 쇄신이 뒷받침됐다. 누가 더 절박한가. 그 절박함에 승패가, 그리고 나라의 운명이 달렸다. 총선 시계는 오늘도 돌아가고 있다.

정민정 디지털전략콘텐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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