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006280)의 면역결핍증치료 혈액제제 ‘알리글로(ALYGLO)’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진출한다. 2015년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문을 두드린 지 8년 만이다. 알리글로는 8번째 FDA 허가를 받은 국산 신약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GC녹십자는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FDA로부터 혈액제제 알리글로의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 알리글로는 선천성 면역결핍증으로도 불리는 일차 면역결핍증에 사용하는 정맥투여용 면역글로불린 10% 제제다. 당초 FDA는 ‘처방의약품 신청자 수수료 법’에 따라 내년 1월 13일까지 허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고지했는데 이보다 약 1개월 빠르게 허가를 결정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지난 4월 FDA 실사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큰 결격사유가 없었기 때문에 FDA에서 빠른 승인 통보를 받은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GC녹십자가 FDA 품목허가를 신청한지 8년 만의 결실이다. GC녹십자는 2015년 알리글로와 주성분 함유 농도가 다른 ‘정맥투여용 면역글로불린 5%’ 허가를 신청했지만 두 차례에 걸쳐 제조공정 관련 자료 보완 요청을 받으면서 허가가 지연됐다. GC녹십자는 농도 5% 제품에서 시장성이 더 큰 농도 10% 제품으로 바꿔 임상 3상을 진행하고 2021년 2월 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의약품 허가에 필수 절차인 FDA 현장실사가 미뤄지며 품목허가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GC녹십자는 지난 4월 충북 오창공장 생산시설에 대한 실사를 받은 후 이를 바탕으로 7월 생물학적제제 허가신청서를 다시 제출해 품목허가를 얻어냈다.
국내 혈액제제가 미국 시장 진출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GC녹십자는 면역글로불린 정제 공정에 독자적인 양이온 교환 색층 분석법(CEX 크로마토그래피)을 도입해 제품의 안전성을 극대화했다는 강점을 내세웠다. 글로벌 시장에 혈액제제를 공급하는 곳은 스페인 그리폴스의 플레보감마 10%, CSL베링의 프리바이젠 10%, 일본 다케다의 감마가드 리퀴드 10% 등 7곳이 있다. 하지만 혈액제제는 대규모 설비 투자와 고도화된 생산 경험이 필수인 만큼 생산자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공급 부족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GC녹십자는 내년 하반기 미국 내 자회사인 GC바이오파마 USA를 통해 알리글로를 출시할 예정이다. 5년 내 점유율 3%를 차지하는 것이 목표다. MRB 플라스마마켓리포트에 따르면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은 약 13조 원(104억 달러) 규모로 알려져 있다. 인구고령화에 따른 자가면역질환의 증가로 미국 내 면역글로불린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알리글로는 8번째로 FDA 허가를 받은 국산 신약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앞서 국산 신약은 2003년 LG화학의 ‘팩티브’를 시작으로 동아에스티 ‘시벡스트로’(2014년), SK케미칼 ‘앱스틸라’(2016년), SK바이오팜 ‘수노시’(2019년)·‘엑스코프리’(2019년), 한미약품 ‘롤론티스’(2022년), 셀트리온 ‘짐펜트라’(2023년) 등 7개가 허가를 받았다.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는 “이번 승인으로 미국 내 면역결핍증 환자들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그동안 각국의 희귀질환 환자들을 위해 헌신해 온 만큼 앞으로 글로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등 환자와 의료 전문가들에게 더 나은 치료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