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숙 대법관이 임기를 마무리하면서 “제가 그동안 대법원에서 수행한 역할로 대법관 구성 다양화가 갖는 의미와 중요성이 실제적으로 확인됐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여성 법관으로서의 정체성으로 대법관의 새로운 소명을 받아 직무를 시작한 이래 젠더 이슈를 비롯해 사회적 약자에 관한 사건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직 후임 대법관이 결정되지 않는 상태에서 퇴임하는 민 대법관은 “저의 후임 대법관을 포함해 앞으로 성별과 나이·경력에서 다양한 삶의 환경과 궤적을 가진 대법관들이 상고심을 구성함으로써 대법원이 시대의 흐름을 판결에 반영하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로 더욱 확고하게 자리 잡기를 소망한다”는 뜻도 내비쳤다. 전체 대법관 13명 중 여성 대법관은 4명으로 유지돼 오다 현 정부 들어 올해 4월 퇴임한 박정화 대법관 후임으로 남성 대법관이 임명되고 민 대법관까지 퇴임하면서 현재 2명으로 줄었다.
그는 지난 6년간 다양한 사건을 경험한 사례를 설명하면서 시대적 변화에 발맞춘 법적 유연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민 대법관은 “법률이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입법 공백이 발생했음에도 명문의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법적 접근을 부정하거나 형식적으로 법률을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퇴임한 안철상 대법관은 사회 통합을 언급했다. 안 대법관은 “헌법이 부여한 사법부의 역할은 사회의 갈등과 분쟁을 법적 절차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소함으로써 사회 통합을 이루는 것”이라며 “사법부가 법적 평화를 통한 사회 통합을 이루고 국민으로부터 진정한 신뢰를 얻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사법부의 신뢰 회복을 위한 방안으로는 법관의 중립성을 강조했다. 그는 “법관은 부단한 성찰을 통해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보편타당하고 공정한 판단을 해야 하고 주관적 가치관이 지나치게 재판에 투영되는 것을 늘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부의 판단은 분쟁을 종식시키는 것이 돼야 마땅함에도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할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두 대법관은 내년 1월 1일 자로 임기가 만료된다. 다만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 취임까지 70여 일간 대법원장 공백으로 임명제청권을 행사하지 못하면서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로 대법원을 떠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