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값 평균 1만 원이 넘는 시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기준은 더욱 깐깐하고 냉정해졌다. 올 한해 관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당찬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낮은 작품성과 완성도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 2023년 최악의 영화 TOP3를 뽑아봤다. 관객의 외면을 받은 이유는 각 영화별로 다양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있었다. 바로 ‘안전한 길’만을 추구했다는 것. 익숙한 시리즈의 명성만을 믿거나, 자동적으로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판에 박힌 클리셰만 믿었다.
◇1위 - 수요 없는 공급 '가문의 영광: 리턴즈' = 아무도 원하지 않았던 컴백이었다. '가문의 영광: 리턴즈'(감독 정태원, 정용기)는 2000년대 초반 극장가의 배꼽 도둑이었던 '가문의 영광' 시리즈를 2023년 재탄생시킨 작품으로 이번에도 서로 전혀 맞지 않는 두 집안의 결혼을 소재로 이야기를 그렸다. 홍회장(김수미)이 비혼주의를 선언한 막내딸 진경(유라)을 결혼시키기 위해 진경이 하룻밤을 보낸 대서(윤현민)와 강제로 결혼 시키려 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담았다. 개봉 당시 평점이 반 토막 난 것도 모자라 28일 기준 네이버 평점 3.66, 다음 평점 1.1을 기록한 이 작품은 총체적인 난국으로 기록됐다. 시대에 뒤떨어진 유머 감각으로 인해 불쾌함을 유발하는 신들, 개연성이 증발한 서사, 배우들의 부족한 연기력 논란까지. 과거 '가문의 영광' 시리즈의 향수에 젖어 극장들을 찾은 관객들을 분노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2위 - 감독의 잘못된 자아 실현 '웅남이', '보호자' = 박빙의 대결에 무려 공동 2위를 차지한 두 작품. '웅남이'는 코미디언 박성광의 장편 영화감독 데뷔작으로 '의리의 아이콘' 박성웅이 주연을 맡았다. 곰의 능력을 가진 웅남이가 국제 범죄 조직에 맞서는 신선한 설정의 이야기. 하지만 '코미디언의 코미디물'이라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채 오히려 철 지난 개그와 97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에도 몰입되지 않는 서사로 인해 많은 관객들의 질타를 받았다.
'보호자' 또한 톱스타 정우성의 감독 데뷔작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어둠의 세계에 있던 수혁(정우성)이 출소한 이후 자신에게 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 하지만 발목을 붙잡는 성준(김준한)의 존재로 인해 다시금 인생을 되찾기 위해 전투에 나서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연기로는 인정받았으나 연출로는 부족한 면모를 드러내며 아쉬움을 샀다.
◇3위 - 이병헌 감독 “차라리 꿈이라고 말해줘” '드림' = 영화 보는 내내 차라리 '드림'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홈리스들의 월드컵 도전기를 그린 '드림'은 '극한직업'(2019), '스물'(2015)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특유의 찰진 말맛을 인정받았던 이병헌 감독의 차기작이었다. 게다가 박서준, 아이유까지 대세 스타를 주연으로 내세우며 2023년 한국 영화의 구원투수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알맹이를 깐 '드림'의 결과는 처참했다. 최종 관객 수 112만 명으로 손익분기점 218만 명을 넘기지 못했다. 그 이유는 10년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 듯한 신파 클리셰에 있었다. 홈리스의 삶을 과도한 신파로 덮었으며 마치 관객들에게 '울어라'라고 강요하는 듯한 신들만이 이어져 오히려 몰입도를 해쳤다. 게다가 반일 감정을 자극하는 신까지 더해져 한국 영화가 답습하던 연출 방식을 그대로 재현했다. 그런 의미에서 신선한 서사로 젊은 세대의 공감을 확보했던 이병헌 감독의 작품이기에 더욱 반감을 준 작품이었다.
◇다행히 TOP3 피했지만...과유불급 그 자체 '독전2', '뉴 노멀' = 사회적인 소재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지만 메시지 전달은커녕 그저 공포심 조장으로만 그친 '뉴 노멀'(감독 정범식)은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슈를 일상 속 공포 이야기로 다룬 영화다. 하지만 불법 촬영 범죄자, 성범죄 가해자의 시점을 분명한 목적 없이 과도하고 자극적으로 연출한 신들로 인해 관객들의 불쾌감을 샀다. 단지, 이번 작품을 통해 스크린에 첫 데뷔한 배우 하다인의 인상 깊은 연기력이 돋보였으며 이외의 배우들도 서사 자체가 어지러웠을 뿐 연기로는 흠잡을 데가 없었기에 TOP3에는 차마 넣지 못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독전2' 또한 '뉴 노멀'에 이어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영화였다. 마약 조직을 추적해온 형사 원호(조진웅)와 조직원 영락(류준열) 사이의 팽팽한 대결을 그린 1편의 강렬함을 이을 미드퀄 작품으로 등장했으나 본편의 서사와 전혀 맞지 않는 2편에 본편과 달라진 배우들의 얼굴이 등장하며 몰입도를 해쳤다. 더불어 이미 감독판까지 공개돼 결말을 전한 영화임에도 허술한 2편으로 결말을 바꾸는 시도까지 한 이해영 감독의 판단은 '긁어 부스럼'이라는 평을 피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