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피습한 60대 남성이 지난달에도 이 대표 행사에 참석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이번 사건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계획범죄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60대 남성 김 모 씨는 이날 오전 10시 27분쯤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부지 현장에서 이 대표를 공격했다. 김 씨는 1957년생으로 충남 아산에서 오랫동안 부동산을 운영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공무원 출신이고 민주당 지지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당시 김 씨는 ‘내가 이재명이다’라고 쓰여진 왕관 모양의 파란색 머리띠를 쓴 채 이 대표에게 “사인을 부탁한다”며 종이와 펜을 건넨 뒤 갑작스럽게 길이 18㎝, 날 길이 13㎝에 달하는 흉기로 이 대표의 왼쪽 목 부위를 가격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미리 구매한 흉기를 범행 당시 상의에 숨기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김 씨가 착용한 장신구는 이 대표 지지자 모임에서 즐겨쓰는 일명 ‘잼잼자봉단’ 머리띠 형태여서 이 대표 역시 테러에 대한 경계심이 크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피습된 이 대표는 목에 1㎝가량의 열상을 입었다. 사건 발생 20여 분 만인 이날 오전 10시 47분 현장에 도착한 구급차로 후송된 이 대표는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헬기를 통해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돼 응급처치를 받았다.
이 대표는 의료기관에서 경정맥 손상이 우려된다는 의료진 소견을 받고 오후 1시께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목이 민감한 부분이지 않느냐”며 “후유증 등을 고려해 서울대병원에서 (수술)해야 할 것 같고 (이 대표) 가족들이 (이송을) 원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계획범죄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 실제 지난달 13일 부산에서 열린 민주당 부산지역 전세사기 피해자 간담회에 참석한 이 대표 주변에서 김 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포착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이 대표 지지자들이 현장을 촬영한 유튜브 영상에는 김 씨와 비슷한 모습의 남성이 이 대표의 차량 근처로 접근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경찰청 수사본부 역시 김 씨의 계획범죄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살인 고의는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계획범죄 가능성에 대해 “그런 중심으로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번 사건 외 별다른 전과가 없었고 범행 당시 음주 상태도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68명 규모의 수사 본부를 꾸린 경찰은 김 씨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 정확한 범행 동기를 파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이날 “신속하고 철저하게 사건의 경위와 범행 동기, 배후 유무 등을 수사하도록 지시했다”고 경찰청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