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무역(111770)이 자전거 사업을 운영하는 자회사 스캇에 2300억 원대의 거금을 수혈하기로 했다. 영원무역은 계열사 영원아웃도어의 노스페이스, 파타고니아 등에 의류를 납품하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지만, 자전거 사업 비중도 30%대에 이른다. 팬데믹 기간 호황을 누렸던 자전거 시장이 엔데믹 이후 한풀 꺾이면서 회사 사정에도 어려움이 생기자 자금 지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영원무역은 해외 계열사 스캇에 2304억 원의 자금을 대여한다고 지난달 28일 공시했다. 영원무역은 “스캇에 대한 추가 유동성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운영 자금 지원”을 위해 금전 대여를 한다고 밝혔다. 작년 3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35%의 비중을 차지하는 스캇은 지난해부터 실적이 악화하면서 영원무역의 재무에 부담을 주고 있다.
영원무역은 2013년 스캇 지분 20%를 인수한 뒤 2015년 30.01%를 추가 매입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지분 확보에 투자한 금액은 1545억 원 정도다. 이후 자전거 시장은 코로나19 기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자전거가 언택트 교통 수단으로 주목 받으면서 스캇은 영원무역의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영원무역의 2022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8230억 원으로 전년 4425억 원 대비 86.0% 급증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특수 효과가 수그러들고 글로벌 인플레이션까지 덮치면서 자전거 시장은 침체기로 접어든 분위기다. ‘전기 자전거계의 테슬라’라고 불리던 네덜란드의 기업 반무프는 지난해 7월 파산 선언을 했으며, 올시티 자전거는 그 다음달 폐업에 들어갔다. 포브스는 전세계 프리미엄 자전거 부품의 80%를 공급하는 일본 시마노의 작년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3% 감소했으며, 연간으로는 28% 줄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스캇 역시 지난해 1~3분기 영업이익이 558억 원으로 전년 동기 1393억 원에서 반토막 났다.
유정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2년간 자전거 수요 급증에 대한 반작용으로 자전거 시장이 부진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며 “자전거 수요가 제자리를 찾아가며 매출이 감소하는 데다 비수기 영향으로 스캇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전년 대비 20%, 영업이익은 69% 감소한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번 자금 수혈을 계기로 영원무역과 스캇의 관계가 더 불편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영원무역은 스캇 지분 인수 이후 단독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었지만 비아트 자우그 스캇 회장에게 사업을 맡겼다. 자우그 회장은 1958년 스키용품 제작으로 사업을 시작한 스캇이 1980년대 자전거 사업에 뛰어들 당시 평사원으로 입사해 회장직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영원무역은 자우그 회장이 스캇 인수 과정에서 체결한 주주간계약을 중대하게 위반했다며 그의 지분을 인수하는 콜옵션 권리 확인 중재를 2022년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청구했다. 이에 대해 자우그 회장은 영원무역이 해당 사안을 공시할 의무가 없음에도 자율공시를 통해 대외에 알린 것이 주주간계약을 위반했다며 지난해 ICC에 중재 반대 신청을 제기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