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비행으로 피부가 건조해졌겠네요. 수분크림 추천드려요.”
9일(현지 시간) 개막한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4’의 기조 연설(키노트)에 때 아닌 챗봇이 등장했다. 뷰티 공룡인 프랑스 로레알이 선보인 ‘뷰티 지니어스’로 생성형 인공지능(AI)에 기반한 맞춤형 뷰티 추천 애플리케이션이다. 연설자로 나선 니콜라스 이에로니무스 CEO는 직접 챗봇과 대화했고 히알루론산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과 수분 크림 등을 추천 받았다. 사진 정보 분석을 통해 피부 톤이나 상태에 적합한 화장품은 물론 화장 방법까지 제안 받을 수 있다. 심지어 챗봇이 “머리숱이 부족한 것 같다”고 히에로니무스 CEO에게 농담을 건네자 객석에선 웃음이 터져나왔다.
CES 2024의 기조 연설은 가전이나 IT 기업이 아닌 로레알이 맡아 파격적이라는 반응을 받았다. 이를 의식한 듯 이에로니무스 CEO는 로레알이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끊임없이 출시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10년 전부터 디지털 혁명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2018년부터 AI 기술을 개발해왔다”면서 “최근 들어 생성형 AI와 같은 파괴적인 기술이 업계의 비즈니스 모델을 흔들고 있는 만큼 우리도 2018년부터 37개국에 걸쳐 쌓아 온 10페타바이트 규모의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생성형 AI에 도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뷰티 지니어스는 개인에게 맞는 최고의 뷰티 루틴을 제공한다”면서 “50개 국가에서 1만 개 이상의 제품에 대해 테스트한 끝에 완성됐다”고 덧붙였다.
로레알은 적외선으로 머리를 말릴 수 있는 헤어드라이어 ‘에어라이트 프로’(AirLight Pro)도 선보였다. 에어라이트 프로는 강력한 열과 공기를 이용해 머리카락을 건조하는 기존 헤어드라이어와 차별화된다. 귀브 발루치 로레알 기술 인큐베이터 글로벌 부사장은 “적외선과 강력한 공기가 머리를 상하지 않게 도와주고 열의 필요성도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CES에서 로레알이 기조연설을 한 것은 화장품 기업으로는 처음이다. 로레알은 지난해 CES에서 신체 활동이 자유롭지 않은 이용자도 원하는 방식으로 메이크업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자동 메이크업 로봇 ‘합타(HAPTA)’를 선보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