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당국이 사교육 카르텔 보완 대책에 이어 종합 개선안까지 마련하기로 한 배경에는 최근 잇따르는 입시 업계의 불공정 의혹들이 자리하고 있다. 수능·일타강사 문제 ‘판박이 지문’ 논란에 이어 일각에서는 입학사정관 출신 강사와 대치동 컨설팅 업체 유착 의혹 등을 제기하고 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10일 ‘사교육 카르텔 10대 유형 및 타파 방안’을 발표했다. 양 교수에 따르면 현재 서울 강남 대치동의 한 입시 업체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A 씨는 과거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입학사정관으로 활동했다. 또 다른 서울대 입학사정관인 B 씨는 본인이 몸담은 진로진학 사단법인 소속으로 수년전 한 입시컨설팅 업체에 출강하기도 했다.
지난해 별세한 고(故) 문용린 전 교육부 장관, 전 서울시교육감(서울대 교육학과 교수)이 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한국교육컨설턴트협의회가 서울대 입학사정관과 대치동 컨설팅 업계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해줬다는 게 양 교수의 주장이다. 양 교수는 이를 통해 입시 카르텔이 형성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밖에도 에듀테크 전문기업으로 소개하고 있는 한 교육 업체 대표이사인 C 씨는 건국대 입학사정관으로 활동했으며 EBS에서도 강사·진학상담위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양 교수는 전·현직 정부 고위 관료들의 교육 기업 주식 보유 현황도 공개했다. 양 교수 등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고위공직자 재산 등록 사항’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정부부터 현 정부까지 본인 혹은 가족이 사교육 주식을 보유하고 있거나 과거 보유했던 이력이 있는 전·현직 고위 공직자는 총 27명이다.
소속은 대통령실비서실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방부·문화체육관광부·산업통상자원부·외교부·해양수산부 등 정부부처, 대검찰청·한국은행·지자체 관계자까지 다양했다. 사교육 업체에 취업한 관료들 역시 여럿 있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감사원·건설근로자공제회·경찰청·교육부·국가정보원·국방부·국세청 관계자 10명이 사교육 업체에 강사·사외이사·임원 등으로 취업 심사를 받았다. 또한 전직 교육부 장관과 교수, 의원들 역시 주요 교육 업체에서 사외이사 등을 맡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양 교수는 전국의 초중고교 학사 업무 시스템인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 관리 회사도 입시 업체와 연결 고리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 교수에 따르면 나이스를 구축한 I 사는 투자 업체를 만들어 유명 사교육 업체에 투자했다고 한다.
양 교수는 “‘반민심 사교육 카르텔 척결 특별조사 시민위원회’를 구성해 사교육 카르텔에 가담하거나 협조한 고위공무원·수능출제진·교육자·기업가·시민단체 등을 집중 조사해 법적·비법적 조치를 취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당국도 유착 고리를 끊지 않으면 유사한 의혹들이 언제든 제기될 수 있는 만큼 이번 기회를 사교육 카르텔 타파의 계기로 삼겠다는 포석이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사교육 카르텔을 타파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안을 조만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