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노동조합 지형을 양분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4월 22대 총선 대응을 본격화했다. 양대 노총은 직전 21대 총선에서 국회의원 13명을 배출하는 등 총선 때마다 영향력을 발휘했다. 22대 총선은 양대 노총 모두 현 정권에 대한 비판과 노동계 대표 단체로서 정당성을 평가 받는 의미를 지닐 전망이다. 하지만 양대 노총은 정권 규탄에 대해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도 총선 대응 전략이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10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건물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만나 “올해 총선은 한국 사회의 미래와 노동자의 명운이 걸린 중요한 계기”라며 “연대의 전선을 넓게 형성해 총선 투쟁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 발언은 민주노총이 올해 총선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겠다고 해석된다. 한국노총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정책 협약을 맺는 방식으로 사실상 지지를 선언했다. 21대 총선에서 한국노총 출신 후보 9명이 당선됐다.
민주노총은 한국노총 보다 총선 준비를 일찍 시작했다. 이미 작년 3월 정의당과 총선 공동 대응을 논의했다. 취임 후 진보 4당을 예방 중인 양경수 위원장은 5일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민주노총과 진보정치가 더욱 단단하게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21대 총선에서 출신 후보 4명을 국회로 입성시켰다.
양대 노총 위원장은 이날도 노동자에 대한 위기 의식과 정권을 바라보는 비판 시각이 같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양 위원장은 “폭넓은 노동권의 보장과 사회안전망 확대가 해법인데, 정부는 국회를 통과한 노조법 2~3조(노란봉투법)를 거부하고 노동시간을 늘리려고 한다”며 “건설노조 탄압, 노조 회계 문제처럼 정권의 공격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가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도 “노동자의 삶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작년 양대 노총은 정부의 노동탄압에 맞선 저항과 투쟁, 최저임금 현실화를 위한 투쟁에 힘을 합쳤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양대 노총은 친노동 입법과 정책은 연대하면서 4월 총선 대응 방향을 달리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은 거대 양당 모두 잃지 않는 방식으로 총선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작년 말 노사정 대화에 복귀하면서 정부여당과 정책 소통의 문을 열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인사회 초청에도 응했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이 한동훈 국힘 비상대책위원장 비서실장으로 깜짝 발탁된 점도 눈에 띈다. 한국노총 산하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의 박기영 상임부위원장도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다.
민주노총은 한국노총과 달리 거대 양당과 손잡지 않고 진보 세력 중심의 양당 밖 정치 세력 확장에 몰두하고 있다. 총선까지 진보 4당과 연대를 강화하는 동시에 정권 규탄의 목소리를 한국노총 보다 더 강하게 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