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난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에 등극한 것으로 보인다. 신냉전으로 러시아에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철수하자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무혈입성’한 결과다.
9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는 지난해 중국이 526만 대의 차량을 수출한 것으로 보인다는 추정치를 발표했다. 이는 2022년(340만 대)에 비해 186만 대(54.7%)나 급증한 수치다. 앞서 일본은 지난해 11월까지 400만 대가 채 안 되는 자동차를 수출했다고 밝혔다. 12월 수출분을 포함하더라도 중국의 지난해 자동차 수출이 일본보다 약 100만 대 많을 것이라는 게 CAAM의 분석이다.
WSJ는 “러시아로의 내연기관차 판매가 증가한 것이 주된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고 서방의 자동차 업체들이 러시아에서 줄줄이 짐을 싸면서 중국산 차량이 그 빈자리를 메웠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인구가 1억 4000만 명(세계 9위)에 달할 정도로 거대한 내수시장을 자랑하는데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철수하면서 중국 차 업체들은 별다른 경쟁 없이 자사의 차량을 러시아에서 판매하고 있다.
실제 중국이 지난해 러시아로 수출한 차량 규모는 80만 대로 전년(16만 대)보다 5배나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중국 내연기관차 제조사들은 국내에서의 전기차 인기에 밀려 재고가 쌓여가는 문제에 직면했는데 러시아로의 수출길이 활기를 띠면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
업체별로 보면 중국 체리자동차는 지난해 약 90만 대를 수출해 중국 최대의 자동차 수출 업체가 됐다. 역시 러시아로의 수출이 급증한 덕을 봤다. 이는 테슬라와 BYD의 해외 수출량보다도 많은 규모다. 볼보자동차를 소유한 중국 최대의 민영 자동차 업체인 지리자동차도 대(對)러시아 수출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 전기차 분야의 성장도 중국의 수출을 늘린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BYD는 지난해 해외에서 전년보다 5배나 많은 24만 2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WSJ는 “중국 자동차의 해외 수출이 사상 최대로 급증해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며 “앞으로의 수출 흐름에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중국 내 전기차 업체들이 국내 수요가 정점을 찍음에 따라 수출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