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준조세’인 부담금의 전면 개편을 주문한 가운데 지난해 정부가 평가 대상 부담금의 90% 이상을 현상 유지하라고 권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전기·전자 재활용 부담금조차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려 관련 절차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 산하 기금부담금운용평가단은 지난해 12월 내놓은 ‘2023년도 부담금 평가 최종 보고서’에서 총 36개 부담금 가운데 광물 수입 부과금 및 판매 부과금, 전기 사용자 일시 부담금, 회원제 골프장 시설 입장료 부가금 등 3개 항목에 대해서만 폐지를 권고했다.
관광지 등 지원 시설 원인자 부담금과 지하수 이용 부담금에 대해서는 ‘조건부 존치’를 제안했다. 나머지 31개는 ‘존속’ 의견을 냈다. 전체의 92%(33개)는 그대로 유지하거나 소폭 개선해야 한다는 판정을 내린 것이다.
부담금은 각종 공익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국민들로부터 걷는 돈으로, 현재 항목만 91개에 달한다. 문제는 매년 현상 유지 권고가 지나치게 많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기재부는 부담금운용평가단을 통해 매년 부담금의 약 3분의 1을 대상으로 평가를 실시한다. 정부가 지난해 들여다본 항목은 36개지만 2021년(23개)과 2022년(31개)을 포함하면 사실상 모든 항목(90개)을 살폈는데 폐지 의견은 겨우 4.4%에 그쳤다. 평가단은 2022년에는 31개 중 1개만 폐지를 권고했고 2021년에는 모두 존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평가 시스템 전반을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의 관행적·보수적 시스템 아래에서는 개선 작업 자체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부담금 평가 프로세스부터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