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 사업시행계획 인가에 필요한 건축심의 및 교통·환경·교육영향평가 등 각종 심의를 통합한다. 시는 이를 통해 통상 2년 이상 걸리던 심의 기간이 약 6개월로 단축돼 정비사업이 한층 더 빨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의 주택 사업을 담당하는 주택정책실에서 통합심의위 지원을 맡고 도시계획위원회의(도계위) 등 전문심의위는 거치지 않는 만큼 심의의 객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21일 서울시는 이달 19일 정비사업 사업시행계획 인가에 필요한 각종 심의를 한 번에 처리하는 ‘정비사업 통합심의위원회’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건축심의, 경관심의에 한정해 심의가 통합 운영됐으나 이번 개편으로 환경영향평가, 교육환경평가, 도시관리계획(정비계획), 도시공원조성계획까지 심의가 통합된다. 보통 조합 설립 후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교통영향평가 심의, 건축·경관 심의, 각종 영향평가 등 개별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통상 이 기간이 2년이 이상 소요됐다. 서울시는 이번 통합 심의 체계 구축으로 이 기간이 약 6개월로 대폭 단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7월 18일 공표된 개정 도시정비법 제50조의2가 시행된데 따른 조치다.
통합심의 대상은 모든 정비사업(주택 및 도시정비형 재개발, 재건축)이다. 단독주택재건축 및 재정비촉진지구 내 정비사업도 포함된다. 사업시행인가 외 의무조항이 아니었던 정비계획 변경 건(제50조의3)에 대해서도 통합심의위를 거치도록 할 계획이다.
시는 이를 위해 주택정책실 내 과들을 각 사업에 맞춰 통합심의위 주관 부서로 지정하고 위원회 지원팀을 주거정비과에 신설한다. 강남구 압구정 일대 단지와 용산구 한남재정비촉진지역 등 서울 내 대다수의 정비사업장이 이미 정비계획을 가지고 있는 만큼 주택정책실이 대부분의 정비사업 심의를 지원하게 된다.
통합심의위는 이달 19일 이후 사업시행자가 자치구에 신규로 심의를 신청하는 정비구역에 적용된다. 시행자가 구비서류를 첨부해 자치구로 심의를 신청하면 구청장은 관련 부서(기관) 사전협의를 거쳐 시로 통합심의 상정을 의뢰하게 된다. 통합심의위원회는 약 100명의 위원 풀(Pool) 가운데 분야별 전문가 등 25명 안팎으로 운영된다. 월 2회 정기 개최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통합심의위 구성에 따라 도계위 등 각 전문위원회가 무력화되며 ‘견제 기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일례로 최근 여의도 시범아파트 정비계획 변경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진 토지가중치의 경우 과대평가된 토지 공공기여분을 담당 위원회인 도계위가 바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 입장에서는 수백억에 달하는 이득을 대가 없이 취할 수 있었으나 시 전체로는 시민에게 돌려줘야 할 몫을 잃을 뻔한 사건이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등 도계위를 운영하는 국가에서 계획간 정합성을 위해 사업별로 위원회를 나눠 운영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통합심의위로 사업 속도는 높아지겠지만 자칫 견제 기능이 약화돼 잘못된 계획이 통과될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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