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의회에서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비준안을 의결하자 미국 백악관은 즉각 미 의회에 튀르키예에 대해 F-16 전투기를 판매하는 방안을 승인해달라는 서한을 발송했다.
로이터 통신은 24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날 미 의회에 이와 관련한 서한을 발송했다고 보도했다.
서한에는 튀르키예에 대한 200억 달러(약 26조7000억원) 규모의 F-16 전투기 추가 판매 및 기존 보유기 현대화 지원을 승인해 달라고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다만 서한 발송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행정부는 튀르키예에 대한 F-16 판매 계획을 의회에 공식 통지하지는 않은 상태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미 의회 구성원들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서명을 포함한 비준 절차가 완전히 마무리되기 전에는 전투기 판매 승인 여부와 관련한 논의를 개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이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미 국무부는 24일 튀르키예 정부에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대한 비준을 공식적으로 마무리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의회를 통과한 비준안에 에르도안 대통령이 서명하고 관보에 게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한다.
로이터 통신은 "바이든 행정부는 이런 절차가 완료되면 의회에 공식 통지를 보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미 백악관은 이러한 보도와 관련해 입장을 묻는 말에 언급을 거부했다.
한편 튀르키예는 2021년 10월 미국에 F-16 전투기 추가 판매를 요청했지만 미 의회의 반대로 보류돼 왔다.
이 문제가 본격적인 쟁점으로 부상한 건 이듬해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지면서부터였다.
안보 위협을 느낀 북유럽 국가 스웨덴과 핀란드가 수십년간 유지해 온 '군사 중립'을 폐기하고 나토 가입을 신청하자 튀르키예는 자국이 테러단체로 간주하는 분리주의 세력을 두 나라가 지원했다는 이유를 들어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유럽 외교가는 튀르키예가 F-16 전투기 도입을 성사하는 등 실익을 챙길 목적으로 나토에 가입하려는 스웨덴과 핀란드를 붙들고 일종의 '인질 외교'를 펼쳤다고 본다.
튀르키예 의회는 핀란드에 대해선 작년 3월 나토 가입 동의안을 비준했지만, 스웨덴에 대해선 계속 미루다가 스웨덴이 나토 가입 신청서를 낸 지 1년 8개월 만인 이달 24일에야 비준안을 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스웨덴은 튀르키예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위한 외교적 지원 등을 약속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