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해 추진하는 사업 규모가 22조 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21대 국회는 가덕도 신공항,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달빛철도 건설 관련 특별법을 의결하며 예타 면제 조항을 포함했다.
이들 세 사업에만 최소 22조 1000억 원의 국가 재정이 투입된다. 가덕도 신공항엔 13조 4900억 원,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엔 2조 6000억 원, 달빛철도엔 6조 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지난주 의결된 달빛철도 특별법의 경우 헌정 사상 최다인 261명의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해 여야 간 공조가 두드러졌다.
문제는 21대 국회가 세 사업 관련법을 통과시키면서 ‘사업의 신속하고 원활한 추진을 위해 필요한 경우 예타를 면제한다’는 내용의 단서 조항을 포함했다는 것이다. 예타는 총 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인 대규모 사업의 경제성과 타당성을 검증하는 절차다.
그러나 이들 사업에 대해선 경제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일례로 달빛철도는 2년 전 국토교통부 사전타당성조사에서 비용/편익(B/C) 수치가 0.483에 그쳤다. B/C가 1보다 커야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기획재정부도 지난해 국회의 달빛철도 예타 면제 추진에 대해 “예타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공공청사, 교정시설, 국가 안보 관련 사업,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 등에 대해서만 예타를 면제하도록 돼 있다.
가덕도 신공항과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달빛철도 외에도 예타 면제 조항을 담은 법안은 줄줄이 대기하는 상황이다. 김포·파주 등 인구 50만 명 이상인 접경 지역의 교통 건설 사업에 예타를 면제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의 목적은 지하철 5호선을 김포까지 연장하는 것 등을 목적으로 한다.
세종 관가 안팎에선 이 같은 ‘예타 면제 입법’이 재정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말 국가부채는 1195조 800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51%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저출생과 고령화 여파로 2070년 국가채무가 GDP의 192.6%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관가의 한 관계자는 “여야가 지역 표심을 의식한 나머지 재정 건전성을 뒷전에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