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이태원특별법 거부권, 재난 정쟁화 벗어나 재발 방지 주력하라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및 피해자 권리 보장을 위한 특별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9일 국회를 통과한 특별법이 19일 정부로 이송된 지 11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한덕수 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안을 의결하자 바로 재가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한 이태원 특별법은 절차나 내용에서 여러 문제점을 갖고 있다. 특별조사위원회의 경우 조사위원 11명 중 여당과 야당이 각각 4명씩, 야당 출신 국회의장이 3명을 추천하게 돼 있다. 사실상 거대 야당의 입김에 휘둘리는 구조이므로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특조위가 조사 대상과 참고인에 대해 영장 없이 동행명령을 내리고 자료 제출 거부 시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의뢰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장 1년 6개월간 96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특조위가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게 되는 셈이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서울경찰청장·용산경찰서장·구청장 등 23명은 관리 책임을 물어 사법 절차를 밟고 있다.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회의 탄핵소추까지 받았으나 헌법재판소로부터 전원 일치 기각 판단을 받았다. 민주당 주도로 벌인 55일간의 국정조사조차 새로운 내용을 밝혀내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도 8년 동안 진행된 아홉 차례의 국정조사, 특조위 조사, 특검 수사 등이 사회적 갈등만 키웠을 뿐 뚜렷한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태원 특별법이 자칫 국가적 에너지만 소모하고 국민 분열과 불신을 증폭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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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특별법의 재의결 시점을 저울질하면서 정치적 득실 따지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야당이 진정 피해자의 고통을 생각한다면 독소 조항을 없애는 방향으로 재협상에 나서 특별법을 여야 합의로 처리해야 한다. 정부도 피해 보상 등 유가족 지원을 위한 후속 조치를 서둘러 실행에 옮겨야 한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참사를 둘러싼 정치 공방이 아니라 참사 재발 방지다. 이제는 재난 정쟁화에서 벗어나 사회 전반의 안전 시스템을 점검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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