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풍향계’로 인식되는 글로벌 물류업체 UPS가 1만 2000명 규모의 대량 해고에 나섰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물류 수요가 계속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미국 경제에 대한 연착륙 전망이 확산하고 있지만 산업계와 고용시장에서는 불안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UPS는 30일(현지 시간)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전세계 관리직 직원을 중심으로 연내 1만 2000명을 감원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UPS는 전세계에 약 49만 5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데 이번에 정리해고 대상으로 지목된 관리직은 총 8만 5000여명이 있다. 30만 명에 이르는 물류·운송직은 해고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UPS는 “상반기 중 대부분의 감원 작업을 마칠 계획”이라며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10억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UPS의 이번 감원은 글로벌 물류 수요 부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UPS 측은 지난해 4분기 미국과 해외 물동량이 전년 대비 각각 7.4%, 8.3% 동반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매출은 249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7.8% 하락했다. UPS는 특히 물동량 감소 추세가 올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UPS의 대량 해고가 전세계 이목을 끄는 이유는 글로벌 물류업체의 실적이 세계 경제의 바로미터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물류 기업의 매출이 늘면 경기가 활황을 맞아 세계적으로 물동량이 많았다는 뜻이고, 반대로 매출이 줄어들면 경기 위축에 따른 물류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UPS의 부진한 수요 전망과 직원 구조조정 계획은 최근 세계 경제가 회복하고 연착륙할 것이라는 최근 경제 지표의 신호와는 대척점에 있다”고 지적했다.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물류업체는 UPS 뿐만 아니다. 지난해 11월 페덱스 역시 예상치를 하회하는 실적을 발표했다. 추후 연간 실적 전망도 변동성을 이유로 철회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내 구조조정 바람이 그 동안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물류업계까지 번지게 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의 줄해고는 메타와 구글, 씨티은행 등 실리콘밸리와 월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올 들어서는 백화점 메이시스 2350명, 온라인 판매업체 웨이페어가1650명의 감원 계획을 발표하며 소매업종의 해고도 본격화한 분위기다.
이런 탓에 근로자들도 이직에 신중해진 분위기다. 미국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12월 고용이직보고서에서 근로자들의 자발적 퇴사(quit)은 339만명으로 2021년 1월 이후 약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팬데믹 이전인 2020년 2월(349만명)보다도 낮았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이코노미스트인 스튜어트 폴은 “근로자들은 더 높은 임금을 주는 새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고용시장에서 임금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은 계속해서 줄어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보고서에서 12월 채용 공고건수는 903만 건으로 전월 893만건에서 소폭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