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美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 글로벌 확산…日·獨 은행도 수천억대 손실

[금융권 부실 폭탄 터지나]

日 아오조라 2.2억弗 대손충당

獨 도이체방크도 투자 손실보고

연내 5600억弗 대출 만기 도래

담보가치 하락에 연체율 오를듯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시티의 한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 앞으로 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NYCB가 상업 부동산 대출 부실을 보고한 후 일본과 유럽 등지의 은행들도 잇따라 손실을 알렸다. 로이터연합뉴스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시티의 한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 앞으로 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NYCB가 상업 부동산 대출 부실을 보고한 후 일본과 유럽 등지의 은행들도 잇따라 손실을 알렸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금융권 전반의 위기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지역은행인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가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을 알린 지 하루 만에 일본과 독일의 은행까지 대규모 손실을 발표하자 미국 현지 매체들은 이를 비중 있게 보도하며 상업용 부동산 문제가 세계 금융권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일본 도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아오조라은행은 전날 미국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에 대비해 324억 엔(약 2억 2140만 달러)의 대손충당금을 설정했다고 발표했다. 아오조라은행이 보유한 미국 오피스 부동산 대출 잔액은 18억 9000만 달러로 이 중 7억 1900만 달러가 부실 대출이다. 게이 다니카와 아오조라은행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오피스 투자가 가장 안전할 줄 알았는데 가장 큰 타격이 됐다”고 말했다. 이에 은행의 연간 실적도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니카와 CEO는 15년 만의 손실에 대해 책임을 지고 4월 1일 사임한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뉴욕에서 도쿄은행까지 타격을 입었다”며 “고통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경고했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도 미국 상업 부동산 투자에 따른 손실을 경고했다. 도이체방크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지난 분기에 미국 상업 부동산 손실에 대비한 충당금을 1억 2300만 유로(약 1억 3000만달러)로 지난해(2600만 유로)의 4배 이상 늘렸다고 밝혔다. 스위스의 시중은행인 줄리어스베어은행은 오스트리아의 부동산 기업 시그나그룹에 빌려준 7억 달러를 손실 처리했다. 파산 절차를 진행 중인 시그나그룹의 부동산 포트폴리오에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크라이슬러 빌딩 지분도 있다. 필립 리켄베커 CEO는 사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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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비아대 등 대학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미국 은행들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약 2조 7000억 달러에 이른다. 데이터 업체 트랩의 별도 집계에서는 이 가운데 올해 5600억 달러(약 744조 원)의 대출 만기가 돌아온다.

고금리와 부동산 담보 가치 하락에 차주들의 재약정 부담은 커졌다. 분석 업체 그린스트리트에 따르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시작된 2022년 1분기 이후 지난해 말까지 부동산 가치는 22% 하락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부동산 이코노미스트인 키란 라이추라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차주들은 본인 자금을 추가로 투입하거나, 은행에 건물을 반납하거나, 이도 아니면 싼값에 부동산을 처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채무 재약정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 3.5%인 미국의 오피스 대출 연체율이 올해 8.1%, 내년에는 9.9%로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가 금융시장 전반의 부실로 전이되는가 여부에 모아진다. 일각에서는 일부 기업의 문제에 그칠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한다. 파이프샌들러의 분석가인 마크 피치본은 “NYCB가 대손충당금을 쌓은 것은 장기적으로 적절한 대응”이라며 “여기서 더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부실 부동산을 주로 다루는 뉴욕의 킨서밋캐피털파트너스 대표인 해럴드 보드윈은 “은행의 대차대조표만 봐서는 만기에 갚지 못하는 부동산 대출이 많다는 점이 드러나지 않는다”며 “이 문제는 시장이 주의해야 할 거대한 이슈”라며 주의를 촉구했다. 모건스탠리도 뱅크OZK와 밸리내셔널뱅코프 등 주의해야 할 은행이 몇 곳 더 있다고 지적했다. OZK은행의 경우 은행의 수익 자산 중 63%가 상업용 은행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인트제인스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인 저스틴 오누쿠시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서 균열이 나타나면 기업과 주택·금융 부문까지 전반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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