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바이크, 도보, 자전거 그리고 함께 여행하기 [최수문 기자의 트래블로그]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1일 경남 밀양시에서 지역 동호인들과 자전거를 타고 있다. 사진 제공=문체부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1일 경남 밀양시에서 지역 동호인들과 자전거를 타고 있다. 사진 제공=문체부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 후보자가 지난해 9월 14일 아침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꾸려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으로 자전거를 타고 나타났다. 헬멧 등 라이딩 복장을 완전히 갖춘 채였다. 장관 후보자의 첫 출근을 기다린 기자들에게 그는 “집에서 20㎞를 40여분에 도착했다”며 “운동하기에 딱 좋은 거리”라고 말했다.



다만 유 장관도 최근에는 업무가 바쁜지 자전거 타는 모습이 보기 힘들어졌다. 그래도 지난해 12월 ‘로컬100’ 홍보 차원으로 경상남도 밀양에서 일부러 자전거 동호인들과 강변의 자전거 도로를 따라 라이딩을 즐겼다. 이어 올해 1월 16일에는 국립현대박물관 서울관에서 자신이 주재한 ‘자전거 여행 활성화를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심각하게 갖기도 했다. 유 장관은 ‘자전거 혹은 자전거 여행에 진심’이라고 한다.

문체부는 이미 도보 여행길에는 온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으로 오는 3월로 예정된 DMZ 평화의길 개통식을 마지막으로 전체 ‘코리아둘레길’ 완성을 예고한 상태다. 우리나라 외곽을 도는 동·남·서·북으로 해파랑길, 남파랑길, 서해랑길, DMZ평화의길 등을 포괄하는 총 4500㎞ 코스가 순차적으로 만들어졌다. 도보 길은 ‘올레길’이라는 이름으로 2007년 제주도에 처음 시작됐다. 이후에 이와 유사하거나 여러 포맷으로 걷기 여행길이 전국 각지에 잇따라 만들어지고 있다. 코리아둘레길은 이의 완전판이라고도 볼 수 있다.

자전거 여행길을 어떨까. 전국적으로도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을 하면서 낙동강·한강 등 4대강을 따라 상당히 큰 규모에 자전거 전용 도로가 함께 만들어졌다. 하지만 문제는 디테일에 있다. 자전거 여행길은 4대강 등을 따라 간선도로만 있고 지선이 많지 않다. 연결성이 부족하고 안내표지판도 아쉽다. 주요 관광지와 동떨어져 있고 편의시설도 부족하다.

유 장관의 취임 후 문체부가 이러한 불안정한 자전거 시스템을 바꾸려고 한다. 순차적으로 개선책이 나올 듯하다. 유 장관이 가진 개인적 호감도와 함께 국내 여행 인프라 확보에도 필요한 정책이라는 취지다. 도보 여행길 만큼 편안하고 또 도움이 되는 자전거 여행길이 목표다.

지난 2022년 6월 ‘서해랑길’ 개통식 행사가 충남 보령에서 진행중이다 사진 제공=문체부지난 2022년 6월 ‘서해랑길’ 개통식 행사가 충남 보령에서 진행중이다 사진 제공=문체부



다만 자전거 길을 만들고 관리하는데 인력과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오히려 쉬운 의지의 문제다. 이제는 더 높은 차원에서도 고민해야 할 듯도 하다. 도보 여행길과 함께 자전거 여행길이 어떻게 조화롭게 설계되고 운영될지가 관건이다.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과정에서 다른 길들과 유기적인 결합이 필요하다. 도보 여행과 자전거 여행은 서로 교차 되고 융합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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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둘은 별개로 나눠져 있다. 때로는 서로가 서로를 방해하는 측면도 있다. 상호 충돌이 아닌 조화를 위한 종합적인 설계와 운용이 필요하다. 이미 주요 사례는 있다. 도시 안에서다. 서울만 해도 걷기좋은 도시,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데 애쓰고 있다.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면 된다.

이럴 때 생각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오토바이라고도 불리는 바이크다. 최근 바이크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여전히 바이크는 위험하다거나 규제 대상이다. 꼭 그렇게 볼 것도 아닌데 말이다.

두 발로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바이크를 하거나 각각 다르지만 같은 여행 방법이다. 여기에 자동차도 붙여보자. 여행이라는 것이 꼭 목적지를 찾아가는 데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는 과정도 더 중요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우리나라는 다양한 형식으로 여행하기 좋은 나라가 된다. 단순히 무슨 길 하나 더 만든다는 것이 핵심이 아니다. 조화와 균형으로 해보자.

이를 통해 자전거 여행에 대한 새로운 투자가 단발성이 아닌 대한민국 관광을 한층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현재 주무 부처는 도보가 문체부, 자전거는 행정안전부·국토교통부, 바이크는 국토교통부다. 다만 자전거 길이라는 인프라 측면이 행안부고 자전거 여행이라는 콘텐츠는 물론 문체부의 ‘관광’ 영역이다. 그래서 이들을 신중히 조율해야 한다.

경남 거제 해안도로에 여행자의 바이크가 서 있다. 서울경제DB경남 거제 해안도로에 여행자의 바이크가 서 있다. 서울경제DB


올해 눈에 띄는 개선이 있을까. 최근 발표된 문체부의 관광 기구인 한국관광공사의 2024년 사업계획에서는 자전거 여행 및 여행길 관련 프로젝트가 거의 없다. 지금까지는 관심 사항이 아니었기 때문이란다. 일부 국내 자전거 대회에 외래(외국인) 자전거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내용이 일부 있을 뿐이다.

유 장관 취임후 올해 기존 문체부 예산에 자전거 여행 관련을 새로 포함시키려고 했지만 잘 안됐다고 한다. 유 장관은 “자전거 여행으로 편성된 예산이 (올해는) 없지만 우선 시작해야 내년에 예산을 집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이를 위한 확실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추진 의지를 전했다.



최수문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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