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멀어진 금리 조기인하, 고심 깊어진 서울보증 IPO [시그널INSIDE]

◇서울보증보험 IPO 점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전면 재구성

의견 논의 등 시간 소요 불가피

고금리 장기화시 배당주 매력 저하

채권 투자 많아 실적 저하 우려도

총선 앞두고 상장 서두를 필요 없어

서울보증보험 본사. 연합뉴스서울보증보험 본사. 연합뉴스




서울보증보험이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참패하며 코스피 상장을 철회한 지 세 달 반이 지났다. 지난해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상장 이후 공모주 시장 분위기가 반전, 에이피알·HD현대마린솔루션 등 ‘대어’들이 속속들이 기업공개(IPO) 출사표를 던지면서 서울보증의 IPO 재추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서울보증의 연내 상장을 점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글로벌 고금리 장기화, 서울보증만의 특수한 IPO 의사결정 과정 등을 고려하면 이른 시일 내에 상장 재추진을 결정하는 일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①공적자금관리위원회 전면 재구성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지난해 말 임기(2년)가 만료된 다수의 민간 위원들을 교체했다. 신임 민간위원장을 맡은 채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를 포함해 총 4명의 민간 위원이 새로 인선됐다. 공자위는 정부위원 2명(금융위원장, 기획재정부 1차관), 민간위원 6명으로 구성되는데 위원 절반이 바뀐 것이다.

공자위는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공적자금을 지원하고 회수하는 일을 심의·조정하기 위해 설립된 기구다. 서울보증 IPO의 목적이 예금보험공사 지분(93.85%) 매각을 통한 공적 자금 회수인 만큼 IPO 관련 의사결정은 사실상 공자위에서 이뤄진다. 정부는 1999~2001년 예보를 통해 서울보증에 총 10조 2500억 원의 공적 자금을 투입했는데 아직 회수하지 못한 금액이 지난해 6월 말 기준 5조 6364억 원이다.

새로 구성된 공자위는 지난달 말 정례 회의를 열었지만 서울보증 IPO과 관련된 안건은 부의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공자위 회의는 통상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에 열리는데 이달 서울보증 IPO 논의 여부도 미정이다. 공자위원 절반이 새로 바뀐 만큼 이들이 이달 말 모여 서울보증 IPO에 대해 논의하더라도 현황 파악 및 의견 교환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예보 관계자는 “서울보증이 최근 금융당국에 감사인 지정을 신청했지만 이는 재작년 서울보증이 IPO를 추진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당연한 절차”라며 “지정감사인 신청과 상장 재추진 시점을 연관짓는 건 무리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②美국채 고금리 기조 장기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기준금리 인하를 조심스럽게 접근하겠다고 밝히면서 3월 금리 조기 인하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진 점도 부담이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6일(현지시간) 전일보다 15bp(1bp는 0.01%) 가까이 오른 4.16%에서 움직였다. 파월 의장이 5일 미국 CBS방송 인터뷰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몇 달 내에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데 따른 영향이다. 지난해 10월 연 5%를 넘기기도 했던 10년물 금리는 지난주 연 3.8%대까지 빠졌지만, 기준금리 조기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다시 연 4%를 웃돌고 있다.



미국의 채권 금리 상황이 서울보증 IPO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 건 서울보증이 배당주이기 때문이다. 서울보증의 재작년 배당 성향은 업계 최고 수준인 50.2%였다. 당시 유광열 서울보증 대표가 직접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배당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투심은 싸늘했다.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 하단 기준 연 8% 가까운 배당수익률이 기대됐음에도 불구하고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가들 대부분이 밴드 하단보다 낮은 가격에 주문을 써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수요예측 마감일 연 4.97%까지 치솟은 탓이었다.

문제는 서울보증이 마냥 눈높이를 낮추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정부가 구상한 예보 지분 매각 로드맵은 ‘코스피 상장을 통한 지분 매각(10% 이상)→상장 후 추가 지분 매각(최대 33.85%)→경영권 지분 매각(50%+1주)’ 순이다. 만약 지난해 서울보증이 밴드 상단(5만 1800원)에 공모가를 확정해 예보 지분 구주매출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미회수액의 6.4%에 불과하다. 공적자금 관련 기금의 청산 시점이 2027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가치를 낮춰 상장한 뒤 상당한 수준의 주가 우상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얘기다.

실적 저하 우려도 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총 8조 원에 가까운 서울보증 운용자산의 약 75.6%의 투자처가 채권이었다.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대규모 평가 손실이 불가피하다. 수익성이 악화하면 주주 배당금 역시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경제적 변수’ 4월 총선


4월 치러지는 국회의원 총선거는 중요한 경제적 변수다. 일부 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선제적으로 회사채 시장을 찾는 것도 정치적 이벤트로 인한 경제적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4월 이전에 IPO를 마칠 수 없는 서울보증 입장에서는 각 정당의 총선 공약이 아직 구체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상장 시계를 섣부르게 돌릴 필요가 없다.

IB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위촉된 공자위원들의 임기 만료 후 윤석열 정부에서 위촉된 인사들로 공자위가 채워졌다”며 “공적자금 회수 로드맵을 아예 새로 짤 가능성도 열어둬야 하는데 그러려면 총선 이후로 의사 결정을 미루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서울보증이 아무리 빨리 상장하더라도 연내 예보 지분 블록딜은 사실상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보증이 통상 45영업일 동안 이뤄지는 거래소 심사 기간을 20영업일까지 줄이는 패스트트랙(신속 심사) 제도를 통해 3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경우, 공모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하면 6월 말~7월 초 증시 입성이 가능하다. 최대 주주인 예보 지분은 상장 규정에 따라 6개월 동안 매각이 제한된다.


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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