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 유력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이 자국의 안보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을 다시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기 집권 때도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한 바 있어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현지 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대선 후보 경선 유세에서 과거 나토 지도자들과의 회담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한 큰 나라의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만약 우리가 돈을 내지 않고 러시아의 공격을 받으면 당신은 우리를 보호해 줄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돈을 내지 않았다고? 그럼 채무불이행자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에 상대방은 “그렇다.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치자”고 말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럼 난 당신네를 보호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나는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것을 내키는 대로 모조리 하라고 격려할 것이다. 당신네는 갚아야 할 대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철저히 비용과 수익에 기반한 그의 집권1기 외교정책을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적대적 국가의 무력 사용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강도가 더 세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유세에서도 “미국이 공격당해도 나토 회원국들이 미국을 지원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나토 동맹국들은 2024년까지 각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를 국방비로 지출하기로 약속했지만 30개 회원국 중 20개국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이 약속에는 구속력이 없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채무로 규정하고 2% 기준에 미달하는 국가에 빚을 갚으라는 식의 압박을 가해왔다. 그는 재임 중 유럽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분담률이 미국보다 낮다고 불만을 제기하면서 '나토 탈퇴'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했다.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부대변인은 성명에서 "사람을 죽이려 드는 정권이 우리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을 침략하도록 장려하는 것은 끔찍하고 정신 나간 일이며, 미국의 안보, 세계 안정, 미국의 국내 경제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문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아시아 정책이다. 물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 트럼프식 자국 우선주의 외교정책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기 재임 시절 참모들에게 공공연하게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고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에서도 높은 인상률을 요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