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

중대법 확대로 배상보험 문의 늘었지만…깐깐한 조건·억대 보험료가 걸림돌

■ '중대사고 배상보험' 가입 저조

출시 2년…가입액 300억 불과

소멸성 상품 탓 유지 부담 크고

법 제정 취지 훼손 비판 우려에

보험사도 '적극적 홍보' 쉽잖아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에 따라 기업들의 보험 상품 가입 문의가 늘고 있다. 하지만 보험료 부담이 적지 않고 절차도 복잡한 데다 보험사 역시 관련 보험 상품이 자칫 법 제정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아 실제 가입한 기업은 많지 않다.

12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 등 국내 대형 손보사들에 ‘기업중대사고 배상책임보험(중대사고 배상보험)’ 가입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 중대사고 배상보험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시 손해배상 책임과 변호사 비용 등을 보상하는 상품으로 2022년 법 제정 이후부터 대형 손보사를 중심으로 출시됐다.



사실 상품 출시 초기에는 기업들의 관심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법 위반으로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처벌 사례가 나오고 올해 50인 이하 사업장까지 법 적용이 확대되자 보험료 등을 문의하는 경우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건설사나 제조 업체,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주로 문의한다”며 “지난해 법 위반 사례가 나타나고 올해 확대 적용되면서 관심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이 내놓은 상품을 보면 대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법원 판결에 따른 법률상 배상 책임과 피해액의 최대 5배까지 부과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액, 피해자 등의 고소·고발에 따라 피보험자가 형사상 피의자나 피고인이 될 경우에 필요한 형사 방어 비용 등을 주요 보장으로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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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의가 늘었음에도 실제 가입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보험 업계에서는 2022년 이후 해당 상품에 가입한 기업들의 보험료가 200억~300억 원대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보험료다. 우선 보험료가 다른 책임보험에 비해 높은 편이라는 지적이다. 한 대형 손보사는 출시 초기 제조 기업에 한해 손해보상 보장액 50억 원, 형사 방어 비용 15억 원, 위기관리 실행 비용 1억 원 등의 보장을 포함한 보험료를 1억 원대로 소개해왔다. 하지만 1년에 한 번 가입하고 보험료가 ‘억대’가 넘어가는 소멸성 보험이라는 점은 기업들의 가입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한 법인보험대리점 관계자는 “설계사들도 수수료가 높지 않아 적극적으로 취급하지 않는 편”이라며 “특히 가입 절차가 까다롭고 보험료가 타 보험 대비 높은 편이어서 경영자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2년 중소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74만여 곳의 기업당 평균 매출액은 42억 9000만 원으로 평균 영업이익률(5.21%)을 고려하면 이들 중소기업의 평균 영업이익은 2억 원이 조금 넘는다. 이런 기업이 해마다 억 원대의 1회성 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문의 단계에서는 정확한 보험료 산출이 어렵다는 점도 가입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보험사 관계자는 “기업 상황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대부분 문의를 하는 기업 실무 직원들은 CEO에게 보고를 하기 위한 정확한 보험료를 요구한다”며 “보험료 범위를 넓혀서 안내해주기는 하는데 가뜩이나 보험료가 많다고 생각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정확한 정보를 모른 상태에서 더 이상 진행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보험사들도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시행되면서 관련 시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 상품이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한 기업의 경영자를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법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이 일 수도 있어 적극적으로 알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경우 20%의 자기부담금이 있고 벌금과 과태료는 담보하지 않도록 했다”며 “그럼에도 보험으로 중대 사고가 난 책임을 회피한다는 지적이 일 수 있어 보험사 입장에서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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